'유럽이 불탄다'.. 40도 넘는 폭염에 철로 휘고 도로 부풀어

조성민 2022. 7. 2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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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기록적인 폭염으로 웨스트요크셔의 우드헤드 저수지가 바닥을 보이는 가운데 18일(현지시간) 저수지 위 다리에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웨스트요크셔=AP뉴시스
유럽이 폭염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19일(현지시간) 영국과 프랑스 곳곳에서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영국 기상청은 중부 링컨셔주의 코닝스비 지역 기온이 이날 오후 4시 기준 40.3도를 찍으며 영국 역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런던 시내 세인트 제임스 파크, 히스로가 40.2도, 큐 가든이 40.1도로 여러 지역에서 40도가 넘었다. 기존 최고 기록은 2019년 케임브리지의 38.7도였는데 이날 오전에 런던 남부 서리 지역에서 기온이 39.1도로 측정되며 기록이 깨졌다.

기상청은 최고 34개 관측지점에서 기존 기록이 경신됐다고 말했다. 전날 밤도 영국 역사상 가장 더웠고 열대야까지 나타났다. 웨스트요크셔의 한 지역은 전날 최저 기온이 25.9도였는데 기존 기록은 1990년 8월3일 브라이튼의 23.9도였다.

전날부터 이어진 폭염으로 철도와 지하철 운행이 대거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곳곳에서 철로가 휘고 도로포장이 녹아 도로가 위로 솟았다. 영국 철도시설공단인 네트워크레일은 서포크 지역에 철로 온도가 62도까지 치솟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고압 전력선이 늘어져 내려오며 화재가 발생해서 철도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잇따른 화재로 런던 소방당국이 ‘중대사건’을 선언했다고 전하고 바비큐 등 불이 날 위험이 있는 행위는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런던 외곽을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나며 소방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재택근무가 증가했지만, 냉방이 되는 사무실에 일부러 출근하는 직장인들도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철도 이용이 약 40% 줄었다. 대법원이 냉방시설 문제로 심리를 온라인으로 변경했고 영국박물관은 오후 3시에 문을 닫았다.

기상청 스티븐 벨처 최고 과학 책임자는 “기상청 연구에서는 영국 기온이 40도에 이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나왔는데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가 이런 극단적 기온을 가능케 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기후과학자 프리데릭 오토 교수는 BBC에 기후변화 영향에 관해 경고하며 “수십 년 후에는 이 정도면 상당히 시원한 여름일 것”이라고 말했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랑디랑스 인근의 산불 현장. 남서부 유럽을 중심으로 며칠째 이어진 폭염으로 관련 사망자가 속출하고 산불까지 연이어 발생하면서 각국이 긴급 대응에 나서고 있다. 랑디랑스 AP=연합뉴스
영국의 이웃 나라인 프랑스에서도 산불이 꺼지지 않고 있는 서쪽 대서양 연안 지역을 중심으로 40도가 넘는 곳이 속출했다. 와인 산지로 유명한 보르도를 품고 있는 지롱드에서는 지난주 시작된 산불로 2만헥타르(200㎢)에 달하는 숲이 불에 탔다.

기상청은 이날 프랑스 전역 64개 지역에서 최고 기온 기록을 새로 썼다고 밝혔다. 수도 파리에서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수은주가 40.1도를 가리켜 150년 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세 번째로 더운 날로 기록됐다. 파리 낮 기온은 2019년 7월 25일 42.6도로 가장 높았고, 1947년 7월 28일 40.4도를 기록했다.

그리스 수도 아테네 인근에서도 강한 바람을 타고 산불이 번져 소방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그리스 소방당국은 아테네에서 27㎞ 떨어진 펜텔리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진화하고자 80여 명의 소방인력과 30여 대의 소방 항공기를 투입한 상태다. 그리스에서는 작년 여름 크고 작은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해 서울 면적의 두 배에 이르는 12만1000헥타르(1210㎢)의 산림이 초토화된 바 있다.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스파냐 광장 분수대에서 관광객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전역이 폭염과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로마=신화 뉴시스
역시 무더위에 시달리는 이탈리아 수도 로마 인근과 중부 토스카나, 북동부 트리에스테 등에서도 잇따라 크고 작은 산불이 보고돼 당국이 진화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는 불볕더위에 더해 7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유럽 폭염이 이날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하며 이상기온이 다음 주 중반까지 이어진다고 전망했다. 로버트 슈테판스키 WMO 응용 기후서비스 분과장은 유엔 제네바 사무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밝혔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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