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블룸버그가 한국을 채무불이행 가능국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 기사는 신흥시장 50개국 부채 취약성 따져..한국은 47위로 평가
블룸버그 "조사 대상 중에 한국은 부도 가능성이 가장 낮은 나라에 속한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글로벌 물가 상승세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긴축 기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19일 페이스북에서 "정부가 무능하고 부패할수록 부자들이 이용해 먹기는 더 쉬워진다"며 "블룸버그는 한국을 채무불이행이 가능한 국가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실제 지표가 외신 보도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코로나가 세계 경제를 덮었을 때도 유지했던 무역흑자국이 14년만에 무역수지 적자국가로 뒤집어졌고 28년 만에 대중국 교역이 적자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보도는 앞서 지난 14일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발언한 이후 인터넷 상에서 회자되며 논란이 된 바 있다.
최 교수는 "달러 강세가 되면서 신흥국과 개도국의 많은 파산 가능성이 얘기되고 있다"며 "블룸버그에서 국가 부도 가능성이, 파산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꼽은 50개국에 우리가 아는 가난한 나라들이 주로 포함됐는데 여기 한국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가 하면 "블룸버그에서 애초에 신흥국을 먼저 뽑고 부도 위험도 순위를 매긴 것"이라는 등의 반박도 나왔다.
실제로 블룸버그에서 한국을 국가 부도 가능성이 높다고 봤는지 최 교수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언급한 8일자 블룸버그 기사를 살펴봤다.
블룸버그는 '오늘은 러시아, 스리랑카. 내일은? 신흥시장 위기' 제하 기사에서 신흥 시장이 부채 증가와 성장 둔화, 금리 증가 등의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스리랑카와 러시아에 이어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큰 국가로 엘살바도르와 가나, 이집트, 튀니지, 파키스탄을 꼽았다.
케냐와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도 취약국으로 언급됐다.
블룸버그는 이들 국가의 부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들 국가가 달러 차입에 지불하는 이자는 미국 국채 수익률을 최소 10%포인트 초과하고, 상당 규모의 부채를 함께 고려하면 이자 지불이 막대하다는 것이 블룸버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기사 본문에는 한국에 대한 별다른 언급은 없다.
대신 블룸버그는 국제통화기금(IMF) 자료 등을 취합해 신흥국 50개국의 국채 취약성 순위를 매긴 표를 제시했다.
이 표에 따르면 한국은 50개국 중 47위로 평가됐다. 앞순위일수록 위험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를 놓고 한국이 국가 부도 가능성이 높은 나라 50개국에 포함됐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블룸버그는 기사에서 50개 개발도상국을 달러 채권 수익률과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 이자 비용, 총부채 등 4가지 측정 기준을 토대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스리랑카와 레바논, 러시아 등 최근 디폴트에 빠진 국가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스콧 존슨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한 연합뉴스의 이메일 질의에 대해 "50개국을 먼저 선정했고 취약성 평가가 그 뒤에 이뤄졌다"며 "국가는 데이터 가용성에 기초해 선택됐다"고 답변했다.
이어 "한국은 상당한 디폴트 위험이 있다고 가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신흥시장 지수에 자주 등장하는 주요 경제국이기 때문에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전체 국가들의 국가 부채 취약도를 조사해 이중 위험도가 높은 순으로 50개국을 소개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조사 가능한 신흥국 50개를 골라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취약도를 조사한 뒤 순위를 매겼다는 것이다.
스콧 존슨 이코노미스트는 "조사 대상국 중에 한국은 부도 가능성이 가장 낮은 나라들에 속한다"고 전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중동 국가들이 48∼50위에 랭크된 것도 이 같은 설명을 뒷받침한다.
블룸버그는 이들 국가가 가장 회복력이 있다면서 낮은 공공 부채와 함께 상품 가격의 급등으로 이익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다른 관련 기사에서는 중국과 인도, 멕시코, 브라질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개발도상국은 탄탄한 대외 대차대조표와 외환 보유고를 자랑한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중국(40위)과 멕시코(25위), 브라질(11위)은 한국보다도 부채 취약성 순위가 높다. 즉, 이들 국가보다 한국이 더 안정적이라는 의미다. 인도는 50개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세부 항목을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의 5년물 CDS 스프레드(프리미엄)는 53bps(1bp=0.01%포인트)로 조사 대상국 50개국 중 이스라엘(48bps) 다음으로 낮다.
CDS 프리미엄은 채권 부도 시 원금 회수를 보장받는 대가로 채권 보유자가 원금 보장자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로, 수치가 낮을수록 채권 발행자의 신용 위험이 낮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세계 경제 규모 10위 수준인데 신흥국 대상 조사에 포함됐다는 점을 의아해하고 있다.
이는 신흥국과 선진국을 분류하는 기준이 각각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은 1996년 소위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고, 2009년에는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 선진시장에 편입됐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다우존스 지수 등도 한국을 선진국으로 보고 있다.
작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반면 글로벌 주가지수 산출 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서는 여전히 한국을 신흥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경제가 안심할 수준이라고 단정 짓기는 이르다.
우리나라 국채(외국환평형기금채 5년물 기준)의 CDS 프리미엄은 6월 월평균 48bps로, 5월(44bps)보다 높아졌다.
이는 2018년 4월(49bps) 이후 4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0원 급등한 1,326.1원에 마감하며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이후 13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 4월 IMF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이유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의 4.4%에서 3.6%로 내렸고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도 3.0%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정부가 지난달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6%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부도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최근 환율 1천300원을 방어하느라 외환 보유고를 100억 달러 이상 쓴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무역 적자가 큰 폭으로 늘었고 환율이 불안하고 재정 확충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으니 외국에서 봤을 때는 위험해졌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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