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무너져 물가 올랐는데 금리 왜 올려?" 조목조목 반박한 한은 국장

박슬기 기자 2022. 7. 20.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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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세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국의 봉쇄조치 등 공급망 차질에 의한 영향이 큰만큼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잡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 1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참석,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사진=임한별 기자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이 역사상 처음으로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기준금리는 8년 만에 2.25%로 올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역시 9%를 훌쩍 넘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았다.

하지만 일각에선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려도 물가 상승세를 잠재우기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현재 물가 상승세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국의 봉쇄조치 등 공급망 차질에 의한 영향이 큰만큼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잡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지난 18일 '공급측 요인으로부터 촉발된 인플레이션에 통화정책이 어떤 측면에서 소용이 있는가'라는 주장에 반박하는 내용의 글을 한은 블로그에 공개했다.

우선 홍 국장은 논의를 단순화하기 위해 국제유가가 한 차례 급등해 그 수준에서 머문다고 가정했다. 일차적으로 물가상승률은 높아지고 총소득(총생산 또는 고용)은 줄어든다.

홍 국장은 세가지 사례를 들었다. 첫번째는 모든 경제주체가 국제유가 급등을 산유국에 지불하는 세금(tax)으로 간주할 경우다. 홍 국장은 "기업은 비용 상승에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대신 생산성 제고로 대응하고 가계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홍 국장은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일시적 물가상승과 소득감소가 경제에 결코 좋은 일은 아니지만 경제주체들은 새로운 균형에서 다시 생산과 총소득을 증대시켜 나갈 것"이라며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필요가 전혀 없다. 기대인플레이션도 안정돼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번째로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지만 중앙은행이 금리를 늦게 인상하는 경우다. 홍 국장은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적인 현상이 된다"며 "이때 중앙은행이 이러한 물가·임금·기대 간 상호작용, 즉, 공급충격의 2차 효과에 대한 대응에 실기한다면 인플레이션이 가속되면서 향후 물가 안정을 위해 더 큰 폭의 금리인상이 불가피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경기 둔화 폭이 커지면서 총소득도 처음 국제유가 급등에 의해 줄어든 수준보다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세번째로 중앙은행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한 경우다. 홍 국장은 "이 경우 총소득 측면에서는 여전히 첫번째 경우보다 줄어들겠지만 그 정도는 두번째 사례에 비해 상당히 축소될 것"이라며 "더욱이 물가가 조기에 안정되는 만큼 경제가 이후 다시 빠르게 성장 궤도로 재진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 국장은 "우선 공급충격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경제 전체가 '구성의 오류'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물가상승이 임금상승으로 연결되고 다시 가격상승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경제주체가 개별적으로는 합리적으로 결정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고물가 상황이 고착되면서 모두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앙은행이 이에 대해 신속히 대응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안정시켜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렇게 해야 단기적 손실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더 큰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때 경제정책은 공급제약 완화와 서민물가 안정을 도모하고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적절한 대처방안이라고 홍 국장은 분석했다.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황에서는 그 피해가 저소득 취약계층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홍 국장은 "실제 통화정책 운용은 수요측 물가 압력, 성장, 금융안정 측면의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영향에 따른 환율 및 자본유출입 움직임 등 다양한 요인들도 함께 고려해 이뤄진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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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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