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맛집되자 주가 '뚝뚝'..코스피200 신입들 호된 신고식

홍순빈 기자 2022. 7. 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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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200 편입이 악재다. 그간 공매도가 없어 실적이 안 좋아도 (주가가) 안 떨어졌는데, 이젠 대놓고 공매도를 하면 많이 떨어지겠네."

지난 5월10일 코스피200에 편입될 걸 예상한 하나투어 종목토론방에 올라온 한 주주의 걱정섞인 글이다. 코스피200 편입 후 하나투어에 대한 공매도가 가능해졌고 실제로 이 글처럼 19일까지 하나투어 주가는 -34.54% 하락했다. 일평균 공매도 거래량 비중도 19.5%로 전체 코스피시장(1.88%) 보다 약 9배 더 많았다.

약세장이 계속되면서 신규 코스피200 편입 종목들이 공매도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투자자들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매도를 하루라도 빨리 한시적으로라도 금지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도 '공매도 금지'를 언급하며 투자자 달래기에 나섰으나 일각에선 섣부른 결정이 화를 키울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케이카의 공매도 거래 비중은 24.06%로 전체 코스피 공매도 거래 상위 3위를 기록했다. 케이카와 함께 최근 코스피200에 편입된 메리츠화재도 19.11%로 9위를 차지했다.

코스피200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시장 대표성, 유동성, 업종 대표성 등을 고려해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거래량이 많은 종목을 선정해 만든 주가지수다. 지난 6월10일부터 코스피200에 신규 편입된 종목은 에스디바이오센서, 메리츠화재, F&F, 케이카, 일진하이솔루스, 하나투어, 한일시멘트다.

이들 종목들은 코스피200 편입 후 공매도의 먹잇감이 됐다. 코스피200 편입 이후 전날까지 전체 코스피 시장의 평균 공매도 거래량 비중은 1.88%인 반면 7개 종목 합산 평균 공매도 거래량 비중은 13.82%였다.

주가도 빠졌다. 코스피200 편입 전에도 대내외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가가 하락해왔는데 공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하락세를 이어간 것이다. 지난 6월1일부터 하나투어 -34.54%, 한일시멘트 -32.05%, 케이카 -26.04%, 일진하이솔루스 -25.23% 등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개미들 "공매도 금지하라!"…아직은 이르다는 의견도
이같이 약세장에서 공매도의 집중 포화를 받은 종목들의 반등이 요원해진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에선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큰손 투자자들의 공매도로 개인 투자자들이 금전적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6개월 이상 금지하는 게 필요하며 그 기간 동안 민간 전문가, 금융당국 등이 모여 공매도 제도의 현 실태를 조사하고 개선 방향을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금융시장 안정화를 내세우며 필요하다면 공매도 금지 조치까지 꺼내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취임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활용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 정부뿐 아니라 외국도 필요하면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한다"며 "시장 상황을 봐서 필요하면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공매도 금지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매도와 주가 하락 사이의 연관관계가 크지 않다는 걸 근거로 든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그해 10월1일부터 8개월 간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 조치를 시행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2008년 금융위기 전 1400대를 머무르던 코스피지수가 공매도 금지 이후에도 추가적으로 30% 이상 더 빠졌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공매도를 금지시켰을 땐 일시적으로 주가가 올라갈 순 있어도 시세 조정이 올 때 더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인위적 주가 부양으로 버블이 더 심하게 낄 수 있어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국가 부도 가능성이 제기되거나 금융기관들이 연쇄적으로 파산하는 위기 상황의 경우 공매도 금지 조치가 증시 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순 있다"면서도 "지금은 그런 위기 상황으로 보기 힘들기 때문에 성급하게 공매도를 금지할 필요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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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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