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 잡아라.. 전 세계 '인플레 대응' 총력전

조성민 2022. 7. 20.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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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며 민심 이반까지 불러오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세계 각국이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는 것은 물론 유류세·관세 인하 등 각종 세 부담 경감과 공공요금 인상 억제 등에도 적극적이다. 고물가·고금리로 큰 이득을 보는 기업에 이른바 ‘횡재세’를 물리는 국가도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막대한 자금이 시중에 풀려 있는 가운데 국제 공급망 불안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 달러화 강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가팔라지는 물가 오름세에 제동을 거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각국 ‘인플레와 싸움’…내년에야 물가 진정?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변신하며 물가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올해 들어 최소 75개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각국 정책당국이 본격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가 지난 18일(현지시간)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석 달간 55개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빅 스텝’으로 불리는 0.5%포인트 이상 올렸다.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이 소비·생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경제 충격을 키울 수 있는 물가를 잡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는 등 통화 긴축 강도를 높이는 것도 다른 나라 중앙은행의 발걸음을 빠르게 만들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달 13일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으로 0.5%포인트 올렸다. 6월 소비자물가(작년 동월 대비)가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6.0% 뛰는 등 물가 불안이 커진 점 이외에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인 9.1%를 기록한 가운데 연준이 오는 26~27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0.75%포인트 인상과 1.0%포인트 인상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가 다른 나라 중앙은행의 향후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15일 미 경제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금리가 2023년까지 오르고 가열된 물가는 그때 가서야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효과가 나타나며 식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류세·수입 관세 등 인하…국민 체감도는?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국제 유가가 공고행진을 하면서 국민들의 교통비 부담이 커지자 여러 국가가 유류세를 낮췄다.

우리나라는 유류세 인하 폭을 올해 5월부터 기존 20%에서 30%로, 7월부터 법정 최고 한도인 37%로 잇따라 확대했다. 이달부터 인하된 유류세는 휘발유 L(리터)당 57원, 경유 38원이다. 유류세를 50%까지 인하할 수 있는 관련법 개정안이 의원 입법으로 국회에 발의돼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와 외신에 따르면 영국은 내년 3월까지 유류세를 L당 5펜스(80원), 독일은 6~8월 휘발유 L당 30센트(400원)와 경유 14센트(190원) 내린다. 이탈리아도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의회와 각 주에 3개월간 유류세를 면제하는 내용의 입법을 요구했다. 백악관은 약 3.6%의 기름값 인하 효과를 예상했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선 경기가 어렵고 물가가 뛰는 상황에서 기름값 인하 폭이 작다는 불만도 나온다.

일부 생필품의 수입 관세나 부가가치세를 낮추는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는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분유, 커피 원두, 주정 원료, 대파 등 7개 품목에 할당관세 0%를 적용한다.

튀르키예(터키)는 세제, 기저귀, 화장지 등에 붙는 부가세를 18%에서 8%로 인하했다. 튀르키예에선 지난달 물가가 24년 만에 최고치인 78.6% 폭등하는 등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멕시코는 올해 말까지 돼지고기, 소고기, 가금류의 수입 관세를 면제하고 에너지 요금 동결, 고속도로 통행료와 철도 요금 인상 유예 등 인플레이션 대응 정책을 추진한다.

국회예산정책처 오현희·박선우 분석관은 ‘최근의 인플레이션 동향 및 주요국 정책대응 현황’ 보고서에서 “에너지 절감형 산업구조, 곡물 수입선 다변화 및 자급률 제고 등 경제체질 개선을 통해 국제 유가와 상품가격 변동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크라 사태 덕 본 기업에 초과이윤세 부과 추진

에너지 가격이나 금리 상승의 반사이익을 누리는 기업에 ‘횡재세’로 불리는 초과이윤세를 부과해 민생 안정에 쓰려는 국가들도 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 12일 대형 에너지 기업과 은행에 이 같은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에서 내년부터 2년간 70억유로(약 9조3000억원)를 거둔다는 구상이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가격 상승으로 발생한 이득은 대형 기업 경영진의 봉급을 살찌우는 데 쓰지 말고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지난 5월 석유와 가스업체로부터 한시적으로 25%의 초과이윤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선 1년간 50억 파운드(약 7조8000억원)를 거둔 뒤 단계적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금융과 에너지 기업 등으로부터 8000억포린트(약 2조6000억원)의 초과이윤세를 걷겠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도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이득을 본 대기업에 15%의 추가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유사들의 초과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횡재세는 기업의 투자·생산을 위축시키고 추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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