딤프 화제의 폐막작 <더 콰이어 오브 맨>[문화프리뷰]
2022. 7. 20. 08:04
달구벌을 뜨겁게 달구던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막을 내렸다. 올해로 16년째다. 지난 2년여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규모를 축소하거나 영상으로 대체했으나, 올해 다시 본격적인 오프라인 행사로 돌아왔다.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올해 ‘딤프’는 26만여명의 관객을 온·오프라인으로 끌어모으며 인기를 누렸다. 각지에서 완성도 높은 공연을 초청해 무대를 꾸미는 공식 초청장, 초연 무대를 꾸미는 창작 뮤지컬 지원 프로그램, 초기 개발단계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리딩 공연, 학생들의 무대인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공개 오디션 형식의 딤프 뮤지컬 스타 등이 펼쳐졌다.
축제의 마무리는 폐막식이다. 올해 딤프 대상은 영국에서 내한한 뮤지컬 〈더 콰이어 오브 맨(The Choir of Men)〉이 차지했다. 영국식 선술집인 아이리시 펍을 배경으로 9명의 남성 중창이 매력적인 노래를 들려준다. 무대에선 대중에게 익숙한 노래들, 예를 들어 그룹 퀸이 노래한 ‘섬바디 투 러브(Somebody to love)’나 아델의 ‘헬로(Hello)’, 시아의 ‘샹들리에(Chandelier)’ 등을 편곡해 굵직한 선율과 화음으로 감동을 전달한다.
형식적으로 이런 뮤지컬을 주크박스 뮤지컬이라 부른다. 마치 동전을 넣고 선곡을 하면 왕년의 히트 대중음악을 들려주는 음악상자처럼, 무대가 예전의 인기 대중음악을 들려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공연장에서 생전 처음 듣는 새로운 멜로디에 고문(?)받을 필요 없이 친숙한 노래들을 즐길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세계 공연가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맘마미아!〉가 대표적이다. 요즘 아바의 음악을 듣기 위해 돈을 내고 음반을 사는 사람은 드물지만, 무대에서 만나는 뮤지컬에는 기꺼이 10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며 티켓을 구입한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그러나 이제는 색이 바랜 대중문화의 원형 콘텐츠를 재가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생산해내는 방식이다. 자연스레 복고나 향수 마케팅으로도 그 영역을 확장하기에 용이하다. 음원이나 판권을 가진 이들에겐 여간 매력적인 변신이 아닐 수 없다.
〈더 콰이어 오브 맨〉이 처음 선을 보인 건 2017년의 에든버러 프린지 축제였다. 직접 악기도 연주하고 노래도 부르는 출연진이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소화해 주목받았다. 이런 형식을 액터 뮤지션 뮤지컬이라고도 부른다. 말 그대로 배우가 연주도 한다는 의미다. 다재다능한 출연진의 감탄 터지게 하는 음악 실력이 볼거리요, 즐길거리다. 에든버러에서의 성공은 글로벌 흥행으로도 이어졌다. 호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막을 올렸다.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에서도 인기리에 공연됐다. 지난해부터 올린 런던 아츠 극장의 공연은 올리비에 어워드 후보로까지 오르는 인기를 가져왔다. 이번 딤프 내한 공연을 마치면 오는 10월부터 다시 앙코르 무대가 막을 올릴 예정이다.
공연을 보다 보면 뭉클한 대사가 등장한다. 사회자 역할을 맡은 시인이자 배우인 벤 노리스의 대사다. 예상치 못한 팬데믹은 많은 어려움을 가져왔지만, 음악이 다시 우리를 한 곳으로 모은다는 내용이다. 돌아온 딤프의 매력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축제의 성공적인 귀환에 기립박수를 보낸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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