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로켓 써도 됩니다"..입장 바꾼 러시아

이승종 2022. 7.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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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우주정거장(ISS) 사업에서 철수하겠다. 이미 결정은 내려졌다."

러시아 연방우주국의 드미트리 로고진 국장이 지난 5월 한 발언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국제사회의 비난이 이어지자, 로고진 국장은 국제사회를 자극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놨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들은 러시아 소유즈 로켓을 타고 ISS로 날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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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우주정거장(ISS) 사업에서 철수하겠다. 이미 결정은 내려졌다."

러시아 연방우주국의 드미트리 로고진 국장이 지난 5월 한 발언입니다. 러시아 우주 산업을 총괄하는 로고진 국장은 극단적인 강경파로 분류되는 인물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국제사회의 비난이 이어지자, 로고진 국장은 국제사회를 자극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놨습니다.
“(우리가 없다면) ISS가 지구 어디론가 떨어질 지도 모를 일이다.”
“다른 국가들은 (우리 로켓이 없으면) 우주로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야 할 것이다.”

하나같이 협박에 가까운 발언들입니다. 러시아 로켓을 빼놓고 국제 우주 산업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겠느냐는 뉘앙스입니다.

로고진 국장의 자신감처럼 그동안 러시아는 세계 우주산업에 깊숙이 개입해 왔습니다. 2011년 미국이 우주왕복선 사업을 종료한 이후 국제우주정거장 왕복은 러시아가 사실상 도맡았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들은 러시아 소유즈 로켓을 타고 ISS로 날아갔습니다. 최근 스페이스X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러시아 외에 대안이 없었습니다.

특히 우주산업은 다른 나라와의 협력이 중요한 곳입니다. ISS도 15개국이 힘을 모아 만들었고, 현재도 러시아와 미국의 힘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ISS가 추락하지 않도록 추진력을 제공하고, 미국은 ISS 가동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합니다. 러시아가 없다면, 당장 ISS 궤도 유지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국제 사회가 로고진 국장과 러시아의 행보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본 이유입니다.

■ 강경파 로고진의 해임과 우주협력

상황이 바뀐 건 15일(현지시간) 나온 크렘린궁의 발표입니다. 2018년 이후 러시아 우주 산업을 이끌어 온 로고진 국장이 해임됐습니다. ISS 운용과 소유즈 로켓 발사 등을 놓고 국제사회와 갈등을 빚어 온 인물입니다. 후임은 유리 보리소프 현 부총리가 맡게 됐습니다.

해임된 로고진 전 국장


크렘린궁 측은 해임 사유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로고진 국장 역시 별다른 입장은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미 나사와 러 연방우주국은 ISS를 오가는 자국의 유인 우주선에 상대국 비행사를 태워주는 좌석 공유 협정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카자흐스탄에서 발사되는 러시아 소유즈 로켓에 나사 우주비행사 1명이 러시아 비행사 2명과 함께 탑승하게 됩니다. 이후 발사되는 미 스페이스X 크루드래건 로켓에는 러시아 우주비행사 1명이 나사 비행사 2명과 탑승할 예정입니다. 미국 유인 우주선에 러시아 비행사가 탑승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협정은 양국 어느 한쪽에 문제가 생겨도 모두 ISS로의 접근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ISS의 정상 운영을 위해서는 러시아와 미국 양국이 모두 필요한 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양국 우주비행사가 ISS로 날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나사는 “우주정거장에서는 어떤 나라도 독립적으로 기능할 수 없다”며 우주협력을 강조했습니다. 러 연방우주국도 “이번 협약은 평화로운 목적을 위한 우주 탐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양국은 내년 봄에도 한 차례 더 좌석을 공유해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기로 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후 위기를 맞는 듯했던 우주협력이 다시 진행되는 모습입니다.

이승종 기자 (arg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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