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커, 美 병원 해킹해 50만 달러 갈취.. FBI에 압류

북한 해커가 미국의 병원을 해킹해 50만 달러(약 6억5000만원)를 갈취했다가 미국 정부로부터 압류 당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미국의소리(VOA) 등에 따르면 리사 모나코 미국 법무부 차관은 뉴욕 포댐대학에서 전날 개최된 사이버보안 회의를 통해 북한의 해킹 사실과 미국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의 대응을 소개했다고 보도했다.

모나코 차관에 따르면 캔자스주와 콜로라도주의 병원은 지난해 북한 해커의 랜섬웨어 공격을 받은 뒤 몸값을 지불했다. 모나코 차관은 “북한 정권의 지원을 받는 사이버 행위자들이 중요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주요 장비를 운용하는 데 사용하는 서버를 암호화했다”며 “해커들은 ‘몸값’ 지급을 요구하는 쪽지를 남기면서 48시간 안에 이를 두 배로 늘릴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소개했다.

랜섬웨어는 몸값(Ransom)과 소프트웨어(Software)의 합성어로, 시스템을 잠그거나 데이터를 암호화해 컴퓨터를 사용불능 상태로 만들고 이를 풀어주는 조건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방식의 악성 프로그램을 뜻한다.

모나코 차관은 “당시 병원 운영진들은 몸값 요구에 굴복하거나 의사, 간호사의 중요한 치료 제공 능력을 손상시켜야 하는 불가능한 선택에 직면했다”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병원 운영진은 몸값을 지불했다”고 말했다. 병원 운영진은 50만 달러를 지급한 뒤 FBI에 해당 사실을 알렸다. 

FBI는 곧장 자금의 흐름을 추적했고, 50만 달러와 자금을 세탁하는 데 사용된 암호 화폐를 압류했다.

모나코 차관은 “이 모든 일로 인해 FBI와 사이버안보·기반시설안보국(CISA), 재무부는 합동 사이버 주의보에 ‘마우이’로 인한 위협과 관련한 수사 결과를 공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사이버 보안 회의에 참석한 크리스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북한은 국가 규모의 사이버 범죄 집단”이라고 지적했다. 

미 국가안보국(NSA) 국장을 겸하는 폴 나카소네 사이버사령관 역시 북한 해커들이 미국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움직임은 없다면서도 “돈을 벌 수 있다면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FBI와 CISA, 재무부 등은 북한이 랜섬웨어를 사용해 미국의 보건 분야를 공격할 가능성에 대해 부처합동경보를 발령한 바 있다. 모나코 차관이 공개한 병원 해킹 사건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랜섬웨어 공격 외에도 암호화폐 해킹 등 다양한 방법으로 외화를 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아일랜드에 기반을 둔 암호화폐 분석업체 ‘코인컵’이 2011년부터 올해까지 발생한 암호화폐 해킹 사건을 분석한 ‘전 세계 암호화폐 범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15건으로 가장 많은 암호화폐 해킹을 시도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2017년부터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본격적인 해킹을 시작했고, 지금껏 탈취한 암호화폐의 총 가치는 약 16억 달러(약 2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