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습기·악취에 무방비..실내 온열질환 속출

황다예 2022. 7. 20.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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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폭염은 한여름 뙤약볕에 노출된 실외 노동자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실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역시 폭염의 사각지대에서 무방비로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열기 속에 갇힌 '실내 노동'의 실태, 황다예 기자의 취재입니다.

[리포트]

계단 아래 지하 공간에서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갑니다.

재활용 쓰레기를 선별하는 작업장.

열화상 카메라를 갖다 댔더니 온통 붉은 색입니다.

후끈한 열기에도 비닐 등이 날아갈까봐 선풍기는 세게 틀 수 없습니다.

한 층 더 밑에선 재활용품 이물질을 제거 중인데, 열화상 수치가 35도를 넘어섭니다.

냉방 기기를 틀어도 온도가 이 수준입니다.

[강철호/재활용 선별장 노동자 : "분쇄를 해서 열에 의해 녹여서 저 연료를 만드는 제품을 생산하는 곳입니다. 이 현장에서 가장 온도가 가장 높은 곳입니다."]

문제는 열기 뿐만이 아닙니다.

악취를 측정하는 장비입니다.

작업장 바깥에선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수치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빠른 속도로 두 자리 숫자로 치솟습니다.

악취 물질들의 '순간적인' 농도는 건강 기준치보다 다소 낮지만 장기 노출 시엔 신체 장애가 우려되는 수준입니다.

유일한 방어막은 마스크인데, 그나마도 벗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이재식/전국환경노조 지부장 : "땀이 많이 나다 보면 눈을 계속 감을 수밖에 없어요. 이걸 장갑을 끼고 여기가 이제 유리 가루도 있고 (땀을) 닦을 수가 없으니까 마스크를 아예 빼는 거예요."]

혐오 시설이란 낙인 속에 서울시 공공 재활용 선별장 15곳 중 7곳이 지하로 밀려났습니다.

1,500인분의 점심을 준비 중인 초등학교 급식실.

온도는 35도고, 조리를 시작하자 습도는 98%까지 치솟습니다.

에어컨과 선풍기 몇 대로는 감당이 안 되는 지경입니다.

[정미형/급식실 노동자 : "그냥 참고 일하는 방법하고 또 중간중간 얼음물 마시면서 선생님께서 너무 안타까우셔서 얼마 전부터 이온 음료를 사 주셨어요."]

설거지 시간도 괴롭습니다.

위생 상 섭씨 80도가 넘는 물을 쓰기 때문입니다.

기름때를 빼려면 뜨거운 물로 설거지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수저는 삶은 뒤에 노동자가 손을 직접 넣어 빼내기도 합니다.

이 달 초 경기도 학교 두 곳에서 급식 노동자가 온열질환으로 쓰러졌습니다.

[손경숙/전국교육공무직본부 급식조리분과장 : "튀기고 고온에 볶고 삶다 보니까 급식실 내 온도는 40도, 50도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급식실 노동자들은 두통에 시달리고 탈진이 오고..."]

더울 땐 '실내' 노동자도 휴식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원론적 규칙만 있어 왔을 뿐, 지금까지 폭염 안전과 관련된 법·제도는 철저히 '실외' 중심이었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음성변조 : "아무래도 가장 직접적인 행정 대상이 건설현장 등 5개 노동자였고, 지금 행안부에서 주관하는 폭염 대책에도 야외 근로자 중심으로 우선 돼 있고요."]

결국 '실내'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휴식 시간 등을 보다 구체화한 가이드라인이 올해 처음 나왔는데, 강제성이 없다보니 피해 예방 효과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KBS 뉴스 황다옙니다.

촬영기자:안민식 김경민/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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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다예 기자 (all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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