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尹 대통령 고립무원.. 정책 제대로 전달하는 메신저 부족" [세상을 보는 창]

박창억 2022. 7. 20.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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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국정철학은 위기 상황에 맞게 설계
새 정부 국정기조 잘 전달되지 않아
거대 야당 의석수 힘자랑 너무 심해
인사관련 다양성·전체적 조화 아쉬움
검증 논란에 능력위주 기준도 의문시
영부인 활동 지원 제2부속실 필요성

윤석열정부가 위기다. 출범 두 달여 만에 지지율이 3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국정 동력이 약화되고 개혁과제 추진이 지지부진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4선 의원 출신인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를 만나 윤 정부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법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나 전 원내대표는 최근에는 활동이 뜸하지만 국민의힘 내에서 뛰어난 대중성을 지닌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지난해 당 대표 경선에서 2위에 그쳤던 그는 내년 차기 당 대표 출마 의지도 내비치고 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윤 정부의 국정철학과 정책 방향은 제대로 설계가 됐다”면서도 “윤 대통령이 고립무원으로 누구도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고 있으며, (정책을 전달하는) 메신저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인사 논란과 관련해서도 “훌륭한 사람이 많지만, 다양성과 전체적인 조화가 아쉽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행보와 관련해서는 “대통령 부인으로서 활동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통령실 제2부속실의 조속한 설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인터뷰는 지난 15일 그의 서초동 변호사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여권의 지지율 하락 등 정국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윤석열정부 인사의 다양성과 전체적인 조화가 아쉽다”며 “제2부속실도 조속히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상윤 기자
―윤 대통령 지지율 추락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진단하나.

“새 정부가 일하기에 환경이 너무 안 좋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굉장히 위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코로나19도 재유행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전체적으로 위기인 상황인데,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부가 힘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여당은 늘 갈등이 계속됐고 국회는 극심한 여소야대로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위기는 왔는데 위기를 극복할 만한 힘이 없다. 새 정부 국정철학은 지금 위기에 잘 맞게 설계됐다고 본다. 얼마 전 다보스 포럼 가서도 대한민국에 국운이 있다고 생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경제안보가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고, 세계가 일종의 가치외교를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만 미·중 사이서 줄타기 외교를 했다가는 빵도 못 사 먹을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 정말 윤 정부가 들어선 게 대한민국에 국운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고립무원의 처지인 것 같다. 누구도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 소통도 문제다. 새로운 국정 기조와 국정철학, 일하는 모습이 잘 전달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국정 동력을 만들어 갈 정치권의 협조가 안 되고 있다. 소통이 잘 안 되고, 내각이나 대통령실에 메신저가 안 보인다. 메신저의 메시지가 약하고 일부는 정무적으로 세련되지 않았다.”

―인사가 논란이 많이 되는데.

“인사에 아쉬운 점이 많다. 한분 한분 훌륭한 사람들이 많지만, 인사는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낼 수 있는지 모르겠다. 검증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능력 위주라고 한 것도 약간 의문시된다. 다양성 부분이 아쉽고 전체적인 조화도 아쉽다. 박사들이 일을 다 잘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감동을 주는 인사도 없었다.”

―김 여사 행보를 놓고 말이 많은데.

“국민이 김 여사에 대해 관심이 매우 많다. 그것이 김 여사 본인에게 부담이 될 것이다. 대통령보다 여사에게 관심이 많아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 여사 팬클럽 회장 강신업 변호사도 국민 듣기에 불편한 발언을 많이 했다. 국민 관심이 너무 크다는 게 부담스럽고, 더 조심할 수밖에 없다. 이젠 제2부속실 만들어 드리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집에 계실 수만은 없지 않냐. 대통령 부인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그런 역할을 안 할 수가 없다. 어디 가서 어떤 행동을 하든 공적인 행동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부인으로서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게 나라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대통령 손길이 안 닿는 곳을 부인의 손길로 메꿔줄 수도 있을 것이다. 제2부속실 폐지는 적절하지 않은 공약이었다.”

―도어스테핑에서의 잇단 실언이 논란을 빚었는데.

“도어스테핑 자체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데,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이제는 생각해 봐야 한다. 그동안 대통령은 구중궁궐에 들어가 있고 국민이 범접하기 힘든 사람이었다. 도어스테핑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의 이미지를 고쳐가고 있는 것 같다. 실질적인 효과도 있었다. 그런데 대통령 말씀이 잦다 보니까 여러 논란이 만들어진다. 도어스테핑을 어떻게 보완할지는 심각한 고민의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준석 대표 징계를 놓고 당내 혼란이 적지 않았는데.

“이 대표에 대해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 대표는 젊은 정치인의 상징처럼 되어 있었는데 긍정적인 효과가 많이 부각되면 좋았을 것이다. 갈라치기 등 이 대표의 정치 스타일은 좋아하지 않지만, 젊은 당 대표가 잘해야 그다음 젊은 정치인에게 길을 열어줄 수 있다. 나도 여성 정치인으로서 내가 잘해야 후배 여성 정치인에게 길을 열어준다는 생각을 해 왔다. 그런 면에서 이 대표와 나는 일종의 동지의식이 있다. 그래서 잘해 주기를 응원한 측면이 있는데 안타깝다. 이제는 본인의 정치 스타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도 바란다.”

―윤리위가 구체적 증거 없이 징계를 내렸다는 비판도 있는데.

“형사 사건에 연루된 사람만 윤리위에 회부되는 게 아니다. 윤리위는 윤리적 결정을 내리는 곳이다. 품위 유지를 못 해 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경우도 포함한다.”

―이 대표는 향후 행보를 어떻게 해야 하나.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길게 보는 게 좋을 것이다. 멀리 보고 마음 비우고 있으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다. 이번 일을 본인의 업그레이드 기회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언어의 무게에 대해서도 좀 더 진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국회가 오랫동안 표류하고 있는데.

“너무 극심한 여소야대이니, 여당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예전에 1990년대 말 한나라당 시절 우리가 야당이고 여소야대인데 국회의장을 양보하기도 했었다. 여당만 비판할 상황은 아니다. 야당도 새 정부가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자리 알박기, 제도 알박기, 법안 알박기로 새 정부가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 야당의 행태가 좀 비상식적이다. 야당의 의석수 힘자랑이 너무 심하다.”

―탈북어민 북송 사건 재조사 등 과거 청산 움직임은 어떻게 평가하나.

“정상화의 과정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서 정상화 과정에서 과거의 잘못된 부분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것이다. 탈북어민 북송,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처리는 너무 지나쳤다. 탈북어민 북송은 풀리지 않는 의문이 너무 많다. 흉악범이라고 해도 우리나라에서 재판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 부산 한·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 정상회의 김정은 초청과 맞물려 있었던 것 아니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당 대표 출마에 대한 입장은.

“‘정말 재미있는 일이다’라고만 해두겠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8·15 사면에 대한 입장은.

“이 전 대통령은 사면하는 게 맞다. 더 논의할 필요 있나.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경제인도 사면해야 한다. 외국 기업인들 만나면 우리나라에 투자를 꺼리는 이유로 이 부회장 구속을 꼽는다. 이 부회장을 구속하는 나라인데 거기서 어떻게 사업을 하느냐고 한다. 기업이 잘못했던 부분을 바로잡는 것 필요하지만, 경제가 어려우므로 이 부회장 사면은 새로운 투자를 끌어내는 데 좋은 신호가 될 수 있다.”

―한동훈 법무장관의 기용과 행보를 평가하면.

“한 장관은 보수진영의 좋은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당은 자산을 키워나가야 한다. 장관 인사 중 가장 잘한 것 같다.”

―안철수 의원이 당권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안 의원은 대선 나가실 분인데, 당권·대권 둘 다 하시겠다는 것인가. 여러 의견이 있을 것 같다. 다른 잠재적 대권 주자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싶다.”

―내년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는데.

“출마 여부를 결정한 바는 없다. 우리 당 지지율도 좋지 않으니 여당이 더 잘해야 대통령도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고 국정운영이 힘을 받을 수 있다. 당에 도움이 되겠다,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으면 출마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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