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초등생 '개 물림 사고' 충격.."안 무는 개? 따로 없다!"

신승민 2022. 7. 2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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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외부인을 공격하는 훈련을 받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2분간 물어뜯었다…목줄 풀린 개의 습격

최근 울산 울주군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초등학생이 개에 물려 크게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매년 '개 물림 사고'가 빈발하는 가운데, 견주(犬主)들의 관리 부실과 미비한 현행법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오후 1시 20분경, 그날 새벽 목줄을 풀고 달아나 아파트 단지를 배회하던 개는 책가방을 멘 8살 어린이를 발견하자 갑자기 달려들었습니다. 당시 현장을 촬영한 폐쇄회로(CC)TV를 보면, 어린이는 개의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 도망치지만 끝내 넘어졌습니다. 양손으로 저항해봐도 속수무책, 개는 쓰러진 아이의 목과 팔다리 등을 계속 물어뜯습니다. 2분간 이어진 개의 공격은 현장을 지나던 한 택배기사가 손수레를 휘두른 뒤에야 중단됐습니다. 119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된 아이는 봉합 수술 및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문제의 개는 70대 인근 주민이 키우는 '진도 믹스(잡종)견'으로, 당시 목줄이 풀린 채 목걸이만 착용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견주를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며, 현장에서 포획된 개는 유기견 보호센터에 인계됐습니다. 당초 경찰은 해당 개에 대한 살처분(안락사) 지휘를 검찰에 요청했지만, 검찰의 보강 수사 지시에 따라 증거 보완 이후에 다시 살처분 요청을 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11일 울산 울주군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초등학생이 개에 물려 크게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개는 2분간 쓰러진 아이의 목과 팔다리 등을 집요하게 물어뜯었다. (사진 출처=보배드림 영상 캡처)


■ 반려동물 키우는 인구 1,500만 육박…'개 물림 사고' 年 2,000건 넘어

KB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1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총 604만 가구, 개인별로는 1,448만 명에 달합니다.

소방청이 공개한 연도별 '개 물림 119 구급 이송 현황'을 보면 2020년에만 2,114건의 개 물림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이전 해에도 매년 2,000건을 상회, 하루 평균 6건꼴로 발생했습니다.

개물림사고를 개 종류별로 분류한 자료를 보면, 질병관리청은 '2021년도 국내 공수병 교상환자 발생 감시 현황' 에서 "개에 의한 교상(咬傷·짐승이나 벌레 등에 물려서 상함) 건 중, 반려견은 76.2%, 사육견 15.2%, 유기견 8.6%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단순 상해를 입는 수준을 넘어 개에 물려 사망한 사건도 여럿입니다. 작년 5월에는 경기 남양주의 한 야산 입구를 산책하던 50대 여성이 몸길이 150㎝의 대형견에 목과 머리 등이 물려 숨졌습니다. 재작년에는 배우 김민교씨의 반려견이 80대 할머니를 물어 숨지게 했고, 앞서 3년 전에는 가수 최시원씨의 반려견이 유명 한식당 대표를 물어 사망에 이르게 했습니다. 전남 보성에서는 90대 노인이 기르던 진돗개에게 밥을 주다 물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위의 열거한 사례들처럼, 반려견에 의한 개 물림 사고 대부분은 '목줄 또는 입마개 미착용' 같은 견주의 관리 부실로 빚어진 경우입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등록대상동물(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월령(月齡) 2개월 이상인 개)' 소유자, 즉 견주는 반려견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 목줄 등 안전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특히 월령 3개월 이상의 맹견(猛犬) 소유자는 동반 외출 시 목줄 및 입마개 등 안전장치를 하거나 탈출 방지를 위해 적정한 이동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위반해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반려견에 의한 개 물림 사고 대부분은 ‘목줄 또는 입마개 미착용’ 같은 견주의 관리 부실로 빚어진 경우다.


■ "우리 개는 안 물고요, 물어도 안 아파요"

문제는 이 같은 관련 법령이 존재함에도 실생활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우선 견주들이 갖고 있는 인식에서 원인을 찾는 시각이 있습니다. 이른바 '우리 개는 안 문다'는 식의 낙관적 태도가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이를 지적하는 글들이 다수 게시되고 있습니다. "아기랑 공원 산책을 나갔는데 줄이 풀린 개 한 마리가 순식간에 달려와 짖더라. (그런데 되레) 견주는 '그 개는 착해서 안 문다. 만져보라'고 하더라." "'자기 개는 물어도 안 아프다'는 멘트까지 들었다" "작은 강아지 견주들은 아이들이 좋아할 줄 알고 목줄을 길게 해서 (밖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등입니다.

일각에서는 법령과 처벌의 문제를 지적합니다.

우선 법에는 견주 과실에 따른 형량이 명시돼 있지만, 실제 선고되는 형량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현행법이 맹견으로 분류된 견종에게만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한 게 법의 허점으로 꼽힙니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맹견은 '도사견과 그 잡종의 개' '아메리칸 핏불테리어와 그 잡종의 개'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와 그 잡종의 개'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와 그 잡종의 개'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의 개'가 해당됩니다. 그러나 난폭한 맹견이 아니라도, 다양한 상황과 개체별 기질에 따라 각종 반려견의 공격 본능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미 반려견에 적정 훈련과 안전조치를 충분히 취하고 있는 견주들로서는, 계속 터져나오는 '개 물림 사고'로 인해 이웃의 눈총을 받는 게 억울할 수도 있겠습니다. 모든 견종에 장력이 강한 짧은 목줄, 구강별 입마개 의무 착용 등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개 물림 비극'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어떻게든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난폭한 맹견이 아니라도, 다양한 상황과 개체별 기질에 따라 각종 반려견의 공격 본능이 드러날 수 있다. 견주나 전문가에 의해 제대로 교육·훈련받지 못한 경우라면 귀여운 소형견의 돌변도 안심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전문가 "안전장치 착용 법령 구체화하고, 견주들은 '반려견 기질' 정확히 알아야"

권영삼 경북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개들은 품종과 상관없이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 법령에서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한 맹견으로 몇몇 품종을 지정해놨는데, 개 물림 사고와 관련해서는 별로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된다"며 "특정 품종만 맹견으로 지정하기보다는, 15㎏ 이상 몸무게가 나가는 중형견 위로는 야외 활동할 때 반드시 목줄과 입마개를 하도록 하는 등 사고를 막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최동락 부산경상대 반려동물과 교수는 "개는 밥 주는 자기 주인한테는 언제든지 복종하지만, 다른 상황이 됐을 때 언제든지 사람을 해칠 수 있다. 외출할 때는 모든 개가 입마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개가 사고를 일으킨 경우가 처음이라면 (애견) 훈련소·유치원 등에 의뢰해 교육을 시켜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후약방문 식으로, 사건이 일어나면 법을 하나 만들어서 대처하기보다는 건전한 반려동물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습니다.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책임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 전치 6~8주의 중상을 입어도 처벌이 벌금 100만 원 수준이면, '길 가다 보면 물릴 수도 있지' 이렇게 사회적인 분위기가 느슨해질 것 아닌가"라며 "지난 4월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맹견이 아니라도 공격성이 강한 개체는 안락사시키는 '기질 평가제'가 도입됐다. 유예 기간이 있어 2년 뒤에 시행되고 사후적 조치이긴 하지만, 앞으로 잘 집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김동훈 법무법인 로베리 변호사도 "(사고 발생 시) 실제 처벌되는 수위가 벌금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 갖는 것 같다. 사건 발생에 대한 1차적 책임은 견주들에게 있기 때문에, 견주들의 경각심이 많이 높아져야 된다"며 "법에서 조항을 좀 더 구체화하고, 다양한 견종의 성향을 고려해 가이드라인을 잡아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조윤주 서정대 반려동물과 교수는 "보호자가 자기가 키우는 개의 기질을 반드시 아는 게 중요하다, 만약 '모르겠다' 싶으면 전문가들에게 간단한 자문을 받는 것도 좋다. 우리가 동물과 교감은 할 수 있어도 말은 통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조교수는 또 견주가 아닌 사람들에 대한 당부도 덧붙였습니다. "입마개를 제대로 착용한 견종에 대해서는 '맹견, 대형견인데 왜 키우냐'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인식도 줄어야 한다. 외출 시 개가 착용한 목줄과 입마개를 당연하게 여기듯, 견주들이 다양한 견종을 키우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태도도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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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민 기자 (ssm0716@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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