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없이 요양병원 사업 명목 수억 편취..대법 "횡령죄 아냐"

류석우 기자 2022. 7.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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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음에도 요양병원을 운영해 수익을 나눠 갖기로 약정한 뒤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송금받아 채무변제에 사용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자의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이라는 범죄의 실현을 위해 교부됐으므로 해당 금원에 대해 A씨와 C씨 사이에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신임에 의한 위탁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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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위반한 계약도 형법상 보호 가치 있는지 쟁점
대법 "범죄실행 위해 형성된 관계..보호할 가치 없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 입구 모습. 2019.7.1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음에도 요양병원을 운영해 수익을 나눠 갖기로 약정한 뒤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송금받아 채무변제에 사용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투자금이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이라는 '범죄의 실현'을 위해 송금됐기 때문에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위탁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앞서 2013년 초 B씨와 C씨로부터 노인요양병원 설립 자금 명목으로 각각 2억2000만원 및 3000만원을 송금받아 자신의 빚을 갚는데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횡령 혐의로 기소되기 전 사기 혐의로 기소된 전력이 있지만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확정됐다. 다만 B씨가 투자금을 돌려달라며 낸 민사소송에선 2심까지 모두 패소했다.

1심은 먼저 노인요양병원 설립과 운영이라는 사업이 A씨가 B씨 등과 동업으로 추진하던 공동사업이라고 봤다. 이어 A씨가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동업자들의 돈을 반환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대출금 상환에 소비한 것은 횡령이라고 판단했다.

2심은 C씨에 대한 횡령죄는 인정하면서도 B씨에 대한 횡령 부분은 면소 판결했다. 면소란 확정판결이 있거나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 등의 기소를 면하는 판결을 말한다.

재판부는 B씨에 대한 횡령 혐의는 이미 사기죄로 기소돼 무죄 판단을 받았기 때문에 횡령죄로 다시 기소한 것은 면소 대상이라고 보았다.

C씨에 대한 횡령 혐의에는 "동업약정인 의료법을 위반해 무효이지만 C씨는 A씨에 대해 민사상 반환청구권을 갖는다"며 "A씨가 C씨 등의 돈을 개인용도로 소비한 것은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A씨는 유죄를 받은 것에만 상고했고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왔다. 대법원의 쟁점은 의료법을 위반해 맺어진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해 "규범적 관점에서 볼 때 범죄의 실행행위나 준비행위를 통해 형성된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에서는 민사상 반환청구권이 허용된다고 해서 무조건 형사상 보호가치가 있는 위탁관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자의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이라는 범죄의 실현을 위해 교부됐으므로 해당 금원에 대해 A씨와 C씨 사이에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신임에 의한 위탁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A씨에게 횡령죄 성립을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

sewry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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