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20비행단, 연이은 '사고'.. 폐쇄적 부사관 문화 때문?

20대 여군 하사, 숙소서 숨진 채 발견.. 극단적 선택 추정
"성추행 연관됐을 경우 부대 해체 수준 대책 필요" 지적도

충남 서산 소재 공군 제20전투비행단. 2021.6.11/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가 근무했던 충남 서산의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 또 다른 여군 간부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파장이 일고 있다. 해당 부대나 군 간부 문화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군에 따르면 19일 오전 8시10분쯤 20비행단 영내 독신자숙소에서 이 부대 항공정비전대 부품정비대대 통신전자중대 소속 A하사(21·여)가 숨져 있는 것을 동료 부대원이 발견했다.

발견 당시 정황으론 A하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군 수사단은 충남지방경찰청과 함께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합동 조사를 진행 중이다.

20비행단은 작년 5월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이 중사가 근무하다 성추행을 당한 부대다. 이 중사는 당시 선임 부사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신고 이후에도 동료와 상관의 회유·압박에 시달렸다.

A하사 사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같은 부대에서 1년여 만에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 것 자체만으로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정상화 공군참모총장도 관련 보고를 받고 '철저한 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혹시 성추행과 연관됐다면 단순한 처벌이나 사과 단계에서 끝내선 안 된다"며 "부대 해체 수준의 강력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비행단은 서울 여의도 면적의 3.5배 크기로서 영내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공군 내에선 '격오지'로 유명하다. 평야와 해안 간척지에 위치한 부대 특성상 도심과 거리가 멀어 소속 장병들은 영내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단 점에서다.

이 때문에 이 부대 초급 간부들은 평일은 물론 휴일에도 상관과의 접촉이 잦은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정 주기로 근무지를 옮기는 장교와 달리 부사관들은 한 근무지에서 장기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영내 생활 중 부조리를 겪더라도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까봐 쉬쉬하는 경향이 있단 얘기도 들린다.

영관급 출신 예비역 공군 장교는 "장교들끼리도 당연히 기수에 따른 군기 문화가 있지만 공군 부사관들은 '그들만의 세계'가 더 철저하다"며 "선배들이 대부분 같은 근무지에서 오랫동안 함께 근무할 사람이라서 저항하기도 쉽지 않고, 타 부대로 전출 가더라도 '쟤는 찍힌 애'란 소문이 함께 간다"고 말했다.

고 이 중사 또한 성추행 피해 신고 뒤 다른 부대로 전출까지 갔으나 해당 부대에서도 피해사실 공개 등에 따른 2차 가해를 당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공군 부사관의 주요 임관 루트 중 하나인 B학교 인맥을 병영 내 부조리를 뿌리뽑기 어려운 배경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B학교는 군사학교로서 졸업생 대부분 정년이 보장된다. 이 중사와 A하사 모두 이 학교 출신이다.

정비 계통에서 근무한 한 예비역 부사관은 "B학교 출신이 정비·관제 등 공군 주요 보직을 꽉 잡고 있다. 부사관의 꽃인 준위 진급자 대부분도 이 학교 출신"이라며 "지휘관 선에서도 이 학교 인맥은 건드리기 조심스럽단 말이 있을 정도다. 학교 때부터 이어온 그들의 군기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주장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