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언론 "기시다 총리, 한국과 역사문제 타협 땐 보수파 반발 우려"

김소연 2022. 7. 20.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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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민당 내 보수·우익의 구심점이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숨지면서 일본이 민감한 역사 문제를 놓고 한국과 타협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일본 언론의 전망이 나왔다.

당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던 아베 전 총리가 사라지면서, 기시다 총리가 직접 보수파들의 반발에 노출되는 난처한 상황에 몰렸다는 것이다.

아베 전 총리도 2015년 8월 '아베 담화', 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를 결단하는 과정에서 일본 우익들의 엄청난 반발에 맞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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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언론, 현안 해결 비관적 전망
양국 '현안 조기 해결' 의지에도
강제동원 배상 문제 등 타협 난처
박진 장관, 기시다 총리 예방
일본을 방문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이 19일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예방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외교부 제공

일본 자민당 내 보수·우익의 구심점이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숨지면서 일본이 민감한 역사 문제를 놓고 한국과 타협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일본 언론의 전망이 나왔다. 양국 정부가 현안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자’는 원칙을 확인했지만, 실제 문제를 풀긴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을 내놓은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19일 “(4년3개월 만에) 겨우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지만, 지난 참의원 선거 중에 아베 전 총리가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한-일) 관계 개선을 향해 적극적 자세를 취하기 어렵게 됐다”고 전망했다. 자민당 보수파의 중견 의원은 이 신문에 “아베 전 총리가 당내 보수파를 조정해가면서 기시다 정권을 지탱해왔다. 향후 (기시다 총리의) 대응에 따라 보수파가 단번에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당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던 아베 전 총리가 사라지면서, 기시다 총리가 직접 보수파들의 반발에 노출되는 난처한 상황에 몰렸다는 것이다.

현재, 한-일 관계의 핵심 현안으로 자리잡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은 난제 중의 난제라 할 수 있다. 양국 모두가 납득하는 합의안이 도출되려면, 서로가 반 발씩 물러서는 ‘타협’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한국인 피해자들은 일본 기업이 진솔하게 ‘사과’하고 일본 가해 기업이 어떤 식으로든 배상에 참여해야 한다는 요구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 신문은 “기시다 정권이 역사 문제에서 한국과 타협한 것으로 비춰지면 보수파의 반발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아베 전 총리도 2015년 8월 ‘아베 담화’, 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를 결단하는 과정에서 일본 우익들의 엄청난 반발에 맞서야 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현 자민당 정조회장은 담화에 ‘사죄’와 ‘반성’ 등의 용어가 포함돼 있다며 아베 총리에게 직접 거칠게 항의했고, 일본 우익 인사들은 위안부 합의문을 받아 들고 “우리가 이용만 당해온 게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본 우익으로부터 큰 기대와 신망을 모아왔던 아베 총리였기에 이런 반발을 누를 수 있었다. 게다가 기시다 총리는 ‘돌다리를 두드려본 뒤에도 건너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신중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한국과 화해’를 위해 섣불리 위험을 감수할지 예측하기 힘들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임기 시작 두어달 만에 30%대 초반까지 곤두박질쳐 엄청난 국내적 반발이 예상되는 ‘안일한 양보’를 하기 어렵게 됐다. 윤 대통령의 측근은 <마이니치신문>에 “한국 정부만으로는 원고나 여론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하기 힘들다. 일본 쪽에서 협력이 없으면 현금화는 멈출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일본의 신중한 자세는 박진 외교부 장관의 기시다 총리 예방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일본 내 신중 여론 탓에 예방 일정이 막판에 겨우 확정된 것이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2시15분부터 약 20분 동안 기시다 총리를 예방한 뒤 기자들을 만나 “양국 관계 개선과 복원의 흐름이 보다 가속화되길 기대한다. 총리와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길 바란다”는 윤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이에 대해 “앞으로도 대화가 지속되길 기대한다”고 답했다고 박 장관이 밝혔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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