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은 그럼에도, 여전합니다
북한軍 일체 모습 감춰..통일각에서 촬영 포착
대립과 안정 반복되는 역사..분단·평화의 상징
[헤럴드경제(파주·서울)=공동취재단·최은지 기자] “코로나 이후 북한군도 판문각 밖으로 일체 나오지 않습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판문점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2000년 개봉된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장면과 같이 남북한 군이 서로 마주 보며 감시하는 장면은 볼 수 없었다.
그리프 호프만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국제정치군사담당관(공군 중령)은 “코로나 발발 이후로 (북측 인원이 판문각 건물에서) 절대로 나온 적이 없었다”며 “저희가 유일하게 본 것은 발코니에서 사진을 찍거나 망원경으로 보는 것, 그 외엔 없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잠정 중단했던 판문점 일반견학은 6개월만인 지난 12일부터 재개됐다. 유엔사는 판문점 견학이 재개된 지 일주일만인 19일 통일부·국방부 공동취재단에 판문점을 공개했다.
판문점은 남북 분단을 상징한다. 1953년 7월27일 6.25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되면서 DMZ(비무장지대)가 탄생했다. 공동경비구역은 DMZ 내 군사분계선상 동서 800m, 남북 400m 정방형의 지역을 설정, 유엔군과 북한군이 공동으로 경비해왔다. 유엔사가 맡아오던 판문점 경비는 2004년 10월 이후 한국군이 맡고 있다.
판문점은 그 자체로 역사이기도 하다. 통일대교에 위치한 제1초소, 제2초소를 지나면 휴전협정 전 개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포로 송환이 이뤄진 ‘돌아오지 않는 다리’가 폐쇄된 채 보존돼있다.
‘돌아오지 않는 다리’는 공동경비구역(Joint Security Area ·JSA)가 ‘분할 경비’ 체제로 전환된 계기가 된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이 발생한 장소다. 1976년 8월18일 돌아오지 않는 다리 인근에서 미루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호위하던 보니파스 대위와 베럿 중위를 북한군이 살해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남북 인원이 자유롭게 왕래하며 근무한 ‘공동경비’ 구역은 북측은 북측에, 남측은 남측에 머물며 경비하는 ‘분할 경비’로 바뀌었다.
판문점에 들어가는 모든 인원과 차량을 통제하는 마지막 초소인 제3초소에 도착하자 왼쪽으로 북한 기정동 마을이 선명하게 보였다. 개성공단을 비롯해 지난 2020년 북한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삼아 폭파한 개성연락사무소 자리도 한 눈에 들어왔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에 따라 제3초소를 넘어가면서 모든 인원이 무장을 해제해야 한다. 호프만 중령은 “9·19 군사합의는 남북 양자간 합의지만 유엔사가 특정 부분에서는 3자 합의의 성격으로 참여했다”며 “대표적으로 JSA의 비무장화”라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지난 12일 북한이 개성공단 내 일부 공장을 무단 가동하고 있다며 재산권 침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유엔사는 “개성공단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제3초소에서 조금 걸으면 익숙한 판문점이 모습을 드러낸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두 차례 만난 장소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남북미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역사적 의미의 장소다.
코로나 상황에 따라 북측 경비 인원 없이 남측 경비 인원만이 판문점을 지키고 있었다. 건물 앞에는 잡초마저 무성하게 자라있었다. 육안으로 인적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판문각에서 취재진을 촬영하는 북한 군인의 모습이 우리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2018년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하며 군사분계선에 세운 소나무와 기념비, 남북 정상이 단독으로 대화를 나눴던 푸른색의 도보다리는 2018년 그날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판문점은 고요했고, 도보다리의 새 소리도 여전히 요란스럽다. 도보다리는 지난해 가을부터 보수 공사에 들어갔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최근 판문점은 2019년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한 어민 2명이 송환된 장소로 공개됐다. 군사분계선 앞에서 주저앉으며 격렬하게 저항한 곳으로 회자되고 있다. 다만 유엔사측은 이와 관련해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다.
판문점에서 캠프 보니파스로 돌아오는 길에는 2015년 목함지뢰 사건이 발생했던 지역을 가리켰다. 유엔사 경비대대 군인 두 명이 다리가 절단되는 부상을 입었다. 호프만 중령은 “JSA는 대화의 장으로 의도한 것인데 항상 위험이 상존하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대립과 안정이라는 역사가 반복되는 판문점은 두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화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은 최근 통일부가 탈북 어민 북송 과정을 사진과 영상으로 공개하면서 정쟁의 한복판에 섰다. 최근 국정원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핫라인 대화를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발생에도, 정치의 한복판에 서도, 그럼에도 판문점은 모든 역사를 간직한 채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존재하며 다시 민간인을 맞이하고 있다. 일반견학은 1일 1회, 주 4회 운영되며 회당 최대 40명이 가능하다. 판문점 현지 사정에 따라 견학 일정은 변경될 수 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머리 때리고 윽박” 주장에…H.O.T 장우혁, 前직원 2명 고소
- ‘우영우 신드롬’ 비결, ‘봄날의 햇살’처럼 설레고 따뜻한 힐링 시너지
- “싸이 앞세워 배달의민족 저격하더니” 망할 줄 알았던 ‘이곳’ 놀라운 일이
- 8만원 빙수 먹자고 1시간 대기…20만원 오마카세 “딴 세상인가요”
- “치킨값 3만원? 안 먹어”…뿔난 소비자들 ‘NO치킨’ 운동
- 생후1개월 딸 코에 분유 부은 아빠…엄마는 옆에서 동영상 촬영
- [영상] 실베스터 스탤론 “록키 저작권 조금이라도 돌려달라” [나우,어스]
- 하이브, 악재로 3분기 매출 하락…누적 매출은 1조5000억 돌파
- 과즙세연, 열혈팬 16억 먹튀 논란…"돈 떨어져 차단했나"
- 술도 안 마셨는데, ‘췌장암’ 걸린 40대…수년 간 ‘이 음료’ 즐겨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