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가격과 똑같은 전셋값..'깡통 전세' 비상

최기성 2022. 7. 20.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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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국적으로 집값이 조정 국면으로 들어서면서 전셋값이 매매가랑 비슷해지는 이른바 '깡통 전세' 현상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뜻인데 지방이 특히 심각합니다.

최기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당산동에 있는 400세대 규모 오피스텔입니다.

전용 면적 25㎡ 전세가 2억2천만 원에 나왔는데, 같은 면적 매매가도 2억2천만 원입니다.

[인근 공인중개사 : 지금은 그나마 매매 가격이 조금 올라서 똑같아졌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매매 가격이 오히려 더 빠졌어요. 전세가 2천만 원 더 높고 매매가 2천만 원 더 낮고….]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을 의미하는 전세가율이 100%인 셈입니다.

부동산 업계에선 보통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깡통 전세'라고 부르는데, 집값 낙폭이 큰 지방부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5월 기준으로 전국 평균 전세가율은 68.8%인데 포항 북구나 광양, 청주 서원구, 목포, 천안 동남구 등은 모두 80%를 넘었습니다.

경기도 여주나 이천 같은 수도권 외곽도 80%를 웃돕니다.

서울은 전세가율이 60% 초반으로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일부 자치구에선 위험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서울 다세대주택 전세 거래 가운데 196건은 전셋값이 매매가와 같거나 비쌌습니다.

강서구가 117건으로 가장 많았고 금천구, 양천구, 관악구 순이었습니다.

전세가율이 상승하면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2019년 3,442억 원이던 사고 금액은 지난해 5,79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사고 금액 규모만 3,407억 원으로, 2019년 전체 사고 금액 규모에 육박합니다.

주택 유형별로 살펴보면 다세대 주택 세입자 피해 규모가 1,961억 원으로 가장 컸습니다.

불안한 시장 분위기에 세입자들은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상품으로 몰려가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만5천여 건이던 가입 건수는 6월에는 만 9천여 건으로 증가했고, 가입 금액 규모는 1조 원 넘게 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실수요보다 투자 수요 비중이 높았던 곳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매매가와 전셋값 차이가 적은 부동산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갭 투자'로 상승한 가격이 금리 인상 등을 견디지 못하고 단기간에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경희 /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 2020년·2021년도 이렇게 부동산 시장 가격이 높게 올라갔을 때 '갭 투자'가 많았었던 지역에서는 가격 하락기에 '깡통 전세' 우려가 조금 더 커질 수 있다고 봅니다.]

'깡통 전세' 현상이 심화하면서 국토교통부는 세입자에게 집주인 세금 체납 내용을 알리는 방안 등이 담긴 대책을 다음 달 안에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YTN 최기성입니다.

YTN 최기성 (choiks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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