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초강세·엔저..농산물 수출 산지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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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8일 1317원40전으로 마감됐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미국 대상 수출 산지 표정이 밝아질 것으로 여겨진다.
이운휘 충남 아산원예농협 상무는 "조생종 배는 8월5일 전후로 수출길에 오를 전망"이라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지만 산지에선 원화로 결제하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다"고 일축했다.
서재홍 전남 나주배원예농협 유통사업단장도 "달러 가치 상승이 배 수출에 호재라고 당장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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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플레로 소비 위축 우려
일본도 엔화 약세로 농가 손해
원·달러 환율이 18일 1317원40전으로 마감됐다. 직전 영업일인 15일(1326원10전)보다 8원70전 내렸지만 2009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미국 대상 수출 산지 표정이 밝아질 것으로 여겨진다. 같은 물량을 수출해도 받는 돈(원화)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환율 효과는커녕 소비부진에 따른 물량 감소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산지에 따르면 미국 대상 주력 신선농산물은 배다. 올해는 추석이 빨라 수출시기도 덩달아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이운휘 충남 아산원예농협 상무는 “조생종 배는 8월5일 전후로 수출길에 오를 전망”이라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지만 산지에선 원화로 결제하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미국 내 인플레이션 여파로 소비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더 큰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상길 NH농협무역 본부장은 “최근 현지 바이어들이 자국 내 소비침체로 재고가 상당해 해외로 발주하는 물량을 줄이겠다는 의견을 심심찮게 내비친다” 고 전했다.
서재홍 전남 나주배원예농협 유통사업단장도 “달러 가치 상승이 배 수출에 호재라고 당장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 단장은 “올해는 착과량이 전체적으로 많은 편인 데다 가뭄 영향으로 과실 비대가 부진하다”면서 “하지만 이른 추석에 맞춰 미국시장에 조생종 배를 내놓으려면 8월초 선적해야 하는데 한국에서 미국까지 종전엔 길어야 15일이던 수송기간이 글로벌 물류대란 여파로 30일가량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과실이 커지려면 8월10일까지는 기다려야 하는데 그러기엔 제반 여건이 받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선농산물의 또 다른 주력 산지인 일본은 오히려 엔저(엔화 약세) 현상으로 고통받고 있다. 100엔당 환율이 지난해만 해도 1050원이었지만 올들어 940∼950원으로 급락하면서 앉은자리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송원석 농협무역 채소팀장은 “6월 기준 엔화 가치가 지난해와 견줘 10% 넘게 떨어지면서 그만큼을 앉아서 까먹고 있다”고 말했다. 송 팀장은 “일본 주력 수출품목은 파프리카인데, 시설하우스에서 재배하다보니 인건비·난방비·비료대 등 주요 생산비가 모두 올라 수출농가로선 ‘죽을 맛’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6월말 농식품 수출은 4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과 견줘 7.9% 증가했다. 하지만 일본 대상 신선농산물은 역조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상반기 대일 수출 실적은 전년 대비 1% 늘었지만 신선식품만 놓고 보면 13% 줄었다”고 말했다. 현지 수급 상황도 영향을 미쳤지만 환율 흐름이 불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기심 농산 대표는 “일본 내 파프리카 생산이 꾸준히 늘면서 과거 우리가 수출하는 대로 공급받는 방식에서 이제는 네덜란드산처럼 한국산도 ‘오더(주문)’에 의해 수입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영향으로 한국산 파프리카가격은 그런대로 유지됐지만 수출물량은 크게 줄었다”고 했다.
조 대표는 “환율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수출농가 채산성이 악화됐고 해외로 나가지 못한 물량이 국내시장에 공급되면서 6∼7월 기준 파프리카 도매값이 지난해와 견줘 25∼30% 하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은 한번 시장을 잃으면 회복하기 힘든 만큼 정부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오은정·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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