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범' 탈북민은 국내서 재판받고 선처..'강제북송' 기준 뭐길래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 수사가 본격화하며 탈북 어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봐야하는지 헌법적 지위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문재인 정부 측 인사들은 출입국관리법이나 난민법을 근거로 한 적법한 조치였다고 주장한다. 법조계에서는 정부의 일방적 북송 결정을 뒷받침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과 법으로 해석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시각이 교차한다.
헌법학자들은 강제 북송이 "헌법적 검토를 전혀 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지적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제3조는 한반도 전체를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하고 있다"며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영토에 거주하는 우리 국민이라는 점에는 헌법재판소, 대법원 모두 이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헌법에 대한 해석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헌법학 박사 A 씨는 "우리 헌법에서는 북한을 반국가단체라고 규정하지만 국제사회에서 북한은 유엔에 가입하며 국가성을 인정받았다"며 "헌법에 대한 해석으로는 규정할 수 없으며 남북은 특수한 관계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추방의 근거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강제 북송 사건으로 검찰 고발된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흉악범의 경우 국내법도 입국을 허용하지 않도록 규정한다"며 북송 조치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북한이탈주민법을 봐도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보호 대상자로 결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고 했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북한이탈주민법은 탈북민에 대한 지원여부를 결정할 때 근거로 쓰여왔다고 주장한다. 장 교수는 "북한이탈주민법은 이제껏 탈북민에 대한 지원 여부를 결정할 때 적용해왔고 강제 추방할 수 있다는 근거가 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어 "이들은 헌법상 우리 국민이기 때문에 출입국관리법이나 난민법도 적용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노호성)는 지난달 24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탈북민 A씨(47)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자격정지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0년 3월경 탈북자인 B씨(43)를 납치해오라는 지령을 받고 B씨를 중국 장백현으로 유인하고 납치한 뒤, 얼어있는 압록강을 건너 B씨를 북한에 넘겼다. 하지만 A씨는 이내 북한 체제에 환멸을 느꼈고 2017년 1월 한국에 입국했다.
범행 사실은 A씨가 입국 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조사를 받던 중 드러났다. A씨는 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A씨의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선처를 베푸는 것이 적절하다며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는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을 위협하며 북송된 자의 자유와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반인륜적인 범죄"라며 "A씨는 대한민국에서 잡혀간 B씨를 북한 당국에 인계할 경우 구타를 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치범 교화소로 이송돼 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했다.
다만 A씨가 북한에서 태어나고 성장하며 학습을 통해 김일성 우상화 및 주체사상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는 점, 한국에 입국하기 약 7년 전에 범행을 저질렀는데, 입국 이후 4년 6개월이 지나서야 기소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가 행한 국가보안법 위반 횟수도 1회에 불과하고, A씨는 입국 이후 직장을 얻어 현재까지 성실하게 생활해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사회에서 격리하는 엄중한 처벌을 하기보다 집행유예의 선처를 베푸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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