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투기세력 먹잇감' 된 평택항 배후부지..'비밀계약' 파문
평택·당진항 배후부지 민간 분양사업
낙찰업체 '영진공사' 분양 계약 전 정일선 등 개인들과 부지 매도 협약
분양 조건 우회 투기에 이의 제기 없을 것 예측..'사전담합' 의혹
분양대행사 현대산업개발 "당시 비정상 거래 인지 못해..모럴헤저드가 원인"
▶ 글 싣는 순서 |
① '나라 땅도 내 땅'…항만배후부지 손에 넣은 재벌가 ② '350억 쓰고 1억5천만원 돌려받아'…민간에 다 퍼준 항만 개발 ③ '평택항 특혜'의 핵심 키워드…규제 뚫은 '부대사업' ④ '과실? 묵인?' 알짜 배후부지 '개인소유권' 내준 평택시 ⑤ 주차장·공터…평택항 배후부지엔 항만이 없다? ⑥ '투기세력 먹잇감' 된 평택항 배후부지…'비밀계약' 파문 (계속) |
정부가 10여년 전 민간개발사업으로 추진한 '평택·당진항 동부두 배후부지 분양사업'이 일부 기업인과 그 가족들의 부동산 투기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투기 세력이 분양계약도 맺기 전에 미리 지분쪼개기를 기획하고 약속한 비밀계약서가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20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평택·당진항 배후단지 부지분양권 매매를 위한 협약서'를 보면 평택당진항 배후부지 12만1299㎡(옛 3만6692평) 가운데 A구역에 해당하는 5만3225㎡(옛 1만6101평)를 분양받은 영진공사는 분양계약 직전 이 땅을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 등 4명과 땅을 나누겠다고 약속했다.
협약을 맺은 이들은 영진공사와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스테인레스 전문업체) 사장, 한동건설 임원을 지낸 신동화 씨, 김선홍 ㈜인테스 사장, 회계사 김○○ 등이다. 영진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계약자들은 개인 자격으로 도장을 찍었다.
협약은 A구역을 분양받은 영진공사가 분양 계약을 체결하면 해당 땅을 일정 지분에 맞춰 분양가격으로 넘기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약에 따르면 각 계약자들의 지분은 정일선 사장이 35.8%, 영진공사 32.1%, 신동화 14.9%, 김선홍 대표 14.9%, 김○○ 2.3% 등이었다.
이 협약서를 체결한 건 2006년 11월 20일로 A구역을 낙찰받은 영진공사가 평택·당진항 동부두 운영사인 평택아이포트와 매매계약을 맺기 9일 전이다. 영진공사가 자신이 분양받은 부지에 대한 정식 소유권을 확보하기도 전에 이를 개인들에게 먼저 나눠주는 비밀계약을 체결하는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더구나 이 분양사업의 입찰 조건은 국내외 개별법인 또는 2개 이상의 법인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으로 반드시 항만배후부지 조성용도에 부합하는 업종이어야 했다. 따라서 개인이 소유권을 획득하는 것은 배후부지 조성과 분양사업의 취지를 정면으로 어기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영진공사는 평택아이포트와 정식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비밀협약에 명시된 지분만큼 취득면적을 분할해 이들 4명의 개인들에게 분양가액으로 매도한 후 공동분할 등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이들의 사전 비밀협약을 놓고 의혹이 나온다. 분양받으면 해당 부지를 모두 가질 수 있는 영진공사와 부지를 가질 자격이 없는 개인 4명 간의 거래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개인은 응찰할 수 없다는 입찰 조건을 우회하면서도 이 협약대로 이행해도 당시 분양대행사인 현대산업개발(이하 HDC)나 부두 운영사인 평택아이포트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예측했다.
또 비밀협약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입찰 조건을 충족한 영진공사가 이같은 '지분 쪼개기'를 약속하는 건 손해다. 반면 한동건설 임원을 지낸 신동화 씨와 현대비지앤스틸 정일선 사장, 특수목적용 기계 제조업종인 ㈜인테스 김선홍 대표, 회계사 김○○ 등은 항만과 거리가 먼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결국 영진공사가 해당 개인들을 '챙겨줬거나' 누군가 투기를 위해 영진공사를 지렛대로 '섭외'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된다.
게다가 경쟁입찰방식으로 진행된 분양이었지만 입찰공고부터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까지 고작 열흘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일정이 너무 촉박해 분양정보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면 입찰에 응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진공사와 개인들 간의 '비밀협약'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이유로 '비밀협약'은 공공성이 강한 항만 배후부지에 대한 개인 소유를 담보하기 위한 사전포석이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처럼 사전 담합 의혹은 커지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서로 '모르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시 분양을 대행했던 HDC 측은 "분양업체가 이같은 매도를 시도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사전에 계획된 행동인 것으로 보이는 것에 비춰보면 담합한 영진공사와 정일선 등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협약 당사자인 영진공사 측은 분양권을 개인들에게 매도한 이유에 대해 "너무 오래전 일이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당시 상황에 맞게 적법하게 처리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정부는 중국과의 교역이 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물류거점기지를 만들기 위해 2003~2010년 평택시 포승읍 만호리에 '평택·당진항 내항 동부두' 3개 선석을 민간투자방식으로 개발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2006년 항만 배후부지 12만1299㎡를 A·B·C 등 세 구역으로 나눠 민간에 분양했다.
애초 정부는 이 배후부지의 민간 분양 조건을 국내외 개별법인 또는 2개 이상의 법인으로 구성된 컨소시엄만 가능하고, 업종도 항만배후부지 조성 용도에 부합하는 업종으로 한정했다. 그러나 부지를 준공한 2010년 낙찰업체가 아닌 재벌가와 특정기업 임원 가족 등이 토지 등기하면서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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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주영민 기자 ymch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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