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마다 페트병 생수.. 재활용 신화에서 벗어나 낭비부터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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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페트병은 재활용이 잘 되니 분리배출만 잘하면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시민들에게 은연중에 심고 있다.
페트병 재활용 프레임은 시민들의 쓰레기 관련 문제의식을 협소하게 만든다.
페트병 재활용을 잘하기 위해서 시민들이 라벨을 잘 벗기는지, 라벨이 잘 벗겨지는지가 논란이 되는데 그 과정에서 라벨의 크기가 커지는 문제는 감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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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잘 되니 소비에 문제 없다" 인식
소비량 증가하며 쓰레기 문제 심각해져
편집자주
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 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강의할 때 종종 테이블에 페트병 생수가 놓인다. 주최 측의 배려이긴 한데, 강의 중 쓰레기 문제를 일으키는 불필요한 소비 사례로 실내에서 페트병 생수를 마시는 문제가 나오면 서로가 민망하다.
이 정도는 그나마 애교 수준이다. 쓰레기 문제나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다루는 토론회에 가도 참석자 테이블마다 페트병 생수가 한 병씩 놓여 있다. 참석자들이 일회용 컵에 담긴 커피까지 마시고 있으면 괴리감은 더 커지고, 그 자리가 공공기관에서 마련한 자리라면 좌절감이 더 커진다.
페트병 생수 문제의식 없는 시민들... 재활용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왜 그럴까? 가장 큰 문제는 페트병 생수를 사용하는 것을 문제라고 전혀 인식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너도나도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페트병 생수를 마시는 게 어색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재활용에만 초점을 맞추는 정부 정책이나 언론 기사도 무분별한 페트병 사용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 페트병은 재활용이 잘 되니 분리배출만 잘하면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시민들에게 은연중에 심고 있다.
페트병 재활용 프레임은 시민들의 쓰레기 관련 문제의식을 협소하게 만든다. 재활용 프레임에서 벗어나 문제 전체를 조망해야 한다. 조금만 눈을 크게 뜨고 보면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다.
라벨 문제만 봐도 그렇다. 페트병 재활용을 잘하기 위해서 시민들이 라벨을 잘 벗기는지, 라벨이 잘 벗겨지는지가 논란이 되는데 그 과정에서 라벨의 크기가 커지는 문제는 감춰지고 있다. 페트병 색깔을 투명하게 통일하면서 페트병 라벨이 오히려 더 커진 제품도 있다. 페트병에 색을 넣지 못하니 화려한 색을 넣을 수 있는 라벨로 멋을 낸 것이다.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은 한 장이라도 줄이려고 하면서 라벨 비닐이 이렇게 증가하는 것은 내버려 둬도 괜찮은 것일까?
마개도 마찬가지다. 어떤 기업은 마개를 거의 컵 크기만큼 키워서 플라스틱을 낭비하고 있다. 심지어 그런 페트병이 멋진 디자인으로 상을 받기까지 했다고 한다.
재활용이 쓰레기 문제를 모두 해결하지는 않는다
재활용을 잘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재활용 이전에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재활용 과정에서도 에너지가 들어가고 쓰레기가 배출된다. 재활용이 과대소비를 지지하거나 은폐하는 도구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기업은 시민들의 관심이 차라리 재활용에 맞춰지기를 바란다. 시민들이 혹시나 소비를 줄이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재활용이 되니 소비해도 괜찮다는 식으로 소비자를 안심시키려 한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페트병 소비량은 거의 3.5배 증가했다. 페트병 소각 및 매립량도 그만큼 증가했다. 재활용이 잘 된다고 안심하는 사이 쓰레기 문제는 점점 나빠지고 있다. 재활용에 취해서 소비를 줄이고 병을 재사용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재활용의 신화에서 벗어나 줄줄 새고 있는 낭비의 구멍부터 막아야 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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