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공급장치 등 다양한 협력"..한미통화스와프, 어떻게 논의됐나

CBS 노컷뉴스 박초롱 기자 2022. 7. 20.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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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언급은 없었지만 "유동성 공급장치 등 논의"
전문가들 "한미 통화스와프, 안전망으로서의 역할 의미"
앞으로 논의 이어나갈 듯..미국 손에 달렸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만나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우리나라를 방문 중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방한 첫 날인 19일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주요 경제 관료들과 만났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유동성 공급과 관련한' 긴밀한 협의를 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혀 관련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미 통화스와프' 직접 언급은 없어…'다양한 협력방안 실행' 공감


기회재정부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는 이날 옐런 장관을 만나 최근 금융·외환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양국간 외환시장 관련 협력 강화를 재확인했다.

양국 장관은 한국 내 외화유동성 상황은 과거 위기시와 달리 여전히 양호하고 안정적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 유동성의 급변동이나 역내 경제 안보 위험요인 등을 언급하면서 "외환 이슈에 대해 선제적으로 적절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재무장관 회의에서 한국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미국 옐런 재무 장관이 회의 시작에 앞서 악수를 하는 모습. 류영주 기자


추 부총리와의 만남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재체결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기대됐는데, 만남 직후 기재부 측이 밝힌 자료에서는 '한미 통화스와프'란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옐런 장관을 만났지만, 두 인사가 어떤 내용을 논의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옐런 장관은 이 총재와의 만남을 위한 장소로 이동하던 중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논의를 할 계획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옐런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양국 정상 간 합의 취지에 따라 경제안보 동맹 강화 측면에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다양한 방식의 실질적 협력 방안을 양국 당국 간 깊이 있게 논의해달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결국 주요 경제관료들과의 논의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합의'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외환시장의 불안정성과 관련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게 언급했다. 특히 기재부는 "추 부총리와 옐런 장관은 한미 양국이 필요시 '유동성 공급장치' 등 다양한 협력방안을 실행할 여력이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혀 추후 논의가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국내선 이미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기대높아


연합뉴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20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르고, 미국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한·미 금리역전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이 총재가 외환시장 안정화, 특히 한미통화스와프 체결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통화스와프를 통해 외환시장 내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통화스와프는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 양국이 통화를 맞바꿀 수 있도록 하는 협정으로 우리 입장에서는 기축통화인 달러를 빌릴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역할을 한다. 최근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달러 통화스와프를 체결한다면 일종의 '경제위기 안전판'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동안 두 차례 성사된 한미 통화스와프는 금융위기 때마다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한국은행은 2008년 10월 30일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자, 미 연준과 300억 달러 규모의 첫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이후 두 차례 연장 끝에 2010년 2월 1일 종료됐다. 이 계약으로 당시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10년이 흐른 뒤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양국은 2020년 3월 19일 600억 달러 규모의 두 번째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세 차례 연장 끝에 2021년 12월 31일 종료됐다. 두 번째 한미 통화스와프 역시 즉각적인 효력을 발휘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위기를 넘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 통화스와프가 시장 불안감을 줄일 수 있겠지만 추세적인 방향전환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면서 "다만 한미 통화스와프가 실제 체결된다면 일시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만일 옐런 장관의 방한에서 한미 통화스와프와 관련, 긍정적인 시그널이 오갔더라도 실제 체결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한미 재무장관의 회의에서 비공식적으로 논의했다고 하더라도 연준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미국이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인상이 진행 중이고, 우리도 금리인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미국과 같은 정도로 금리인상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면이 있어서, 한미 금리 역전 우려가 우리나라 통화가치 하락으로 나타나는 상황"이라면서 "현 상황에서 한미 간의 통화스와프와 같은 안전망을 갖게 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진단했다.

 관건은 미국의 의지…통화당국 간 협의 나설 듯


발언하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연합뉴스

다만 미국으로서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에 큰 유인 동기가 없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로선 지난달 9.1%까지 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달러 강세 현상은 미국 수입 물가를 낮추기 때문에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 원·달러 환율이 높으면 한국 제품을 싼 값에 살 수 있는데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환율을 떨어트려 굳이 수입 물가를 높일 이유가 없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달러화가 부족할 때 달러를 푸는 수단으로 통화스와프를 이용하는데, 지금은 미 연준이 유동성을 흡수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한미 통화 스와프에 적극적일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옐런 장관의 이번 방한 역시, 옐런 장관 본인이 통화스와프 체결의 주체는 아니란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같은 경제 상황 때문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을 것으로 예측된다.  

법무법인 김앤장의 김형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2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개최한 민·당·정 토론회에서 "현재 상황에서 미 연준이 통화스와프 대상을 확대할 유인이 없다"며 "연준과 한국은행 간의 차원이 아닌 경제 안보, 동맹 강화, 미국에의 반도체 투자 확대 등과 연계해 설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태윤 교수는 "미국의 경우는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시 인센티브가 많지 않아서 우리 입장에서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고, 상설 형태의 스와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필요시에 지원 받을 수 있게 하는 상호 지원체계를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옐런 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 통화스와프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우리 입장에서는 필요성이 높아져 있어 추후 이를 성사시킬 수 있는 하나의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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