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모두 외면한 ‘B·C급 조선인 전범’의 존재 알리고 지원 활동
“3·1 독립선언을 주도하신 만해 선생의 정신을 기리는 상을 받게 되어 더없이 영광입니다. 여생 동안에도 만해의 독립 정신과 의지가 많은 조선인에게 다양한 형태로 계승됐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2022 만해평화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우쓰미 아이코(內海 愛子·81) 게이센여학원대학 명예교수는 “한·일 정부가 과거사 문제로 갈등하는 데 좌절하기보다 한·일 시민사회가 쌓아올린 상호 이해와 애정을 바라보자”며 “양국 시민들의 깊은 연대와 신뢰가 이 세상을 더욱 평화롭게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우쓰미 교수는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거의 알려진 바 없던 ‘B·C급 조선인 전범’의 존재를 사실상 발굴해낸 연구자다. 그는 30대 초반 인도네시아 유학 중 동남아시아 일대에 포로감시원으로 파견됐던 조선인들이 패전 후 B·C급 전범으로 몰려 처벌받은 사실을 발견했다. 전쟁을 주도한 A급 전범 중 단 7명이 처형당한 가운데, 식민지 치하 조선인이 B⋅C급 전범으로 아시아 각지에서 23명이나 사형된 모순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한국에선 친일파로, 일본에선 전범으로 낙인찍힌 이들의 비극적인 사연을 ‘적도에 묻히다(1987년)’ ‘조선인 B⋅C급 전범의 기록(1982년)’ 등의 저서로 소개했다.
조선인 군무원으로서 인도네시아에 파견된 이들이 일제 패망 직전 비밀결사체 ‘고려독립청년당’을 현지에서 결성하고 항일 운동을 벌인 역사도 우쓰미 교수의 연구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2000년대 이후 고려독립청년당 당원들이 덕분에 독립유공자로 서훈되기도 했다. 조선인 일본 군무원으로서 인도네시아의 독립 영웅이 된 양칠성과 그 일행의 활동 역시 끈질기게 추적했다. 아시아 각국에 파견된 조선인 일본 군무원들 역시 제국주의 역사의 비극적인 피해자라는 점을 일평생 강조했다.
단순한 연구에 머물지 않고 이들을 위한 연대 행동에도 발 벗고 나섰다. B⋅C급 조선인 전범 조직 ‘동진회’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피해배상 요구 소송을 지원했고, 국회 청원 활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B⋅C급 전범으로 수감됐던 조선인들이 정작 출소 후엔 ‘일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원호법 적용을 받지 못한 데 모순을 앞장서서 지적했다. 우쓰미 교수는 지금도 와세다대 평화학연구소의 초대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동시에 신시대 아시아 피스 아카데미 강좌를 통해 일본 청년들에게 일본 과거사와 평화의 의미를 설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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