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150만마리 보내온.. 1954년 '노아의 방주'아세요
“6·25전쟁 이후 무너져버린 한국 농가에는 젖소나 염소 같은 가축이 절실히 필요했을 겁니다. 당시 미국에서도 최우선은 가축 지원이라 봤죠. 그러나 그들은 한발 더 나갔습니다. 각종 포탄과 화학 무기로 황폐해진 생태계 복원을 위해서는 뭘 해야 할까, ‘그래, 꿀벌이다!’ 했던 거죠.”
6·25전쟁 직후 황폐해진 우리나라에 수백 마리 가축과 함께 꿀벌 150만 마리를 날려 보낸 단체가 있다. 1944년 미국에서 설립된 국제개발 비영리단체 헤퍼인터내셔널이다. 헤퍼인터내셔널의 한국 지부 이혜원(54) 헤퍼코리아 대표는 당시 “꿀벌 150만 마리 운송 작전은 1954년 4월 ‘노아의 방주’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로 진행됐다”고 했다.
헤퍼인터내셔널은 1952년부터 1976년까지 총 44차례에 걸쳐 젖소 897마리, 황소 58마리를 비롯해 가축 3200여 마리를 한국에 보냈다. 이때 들어온 가축들은 부산·대전 등 전국의 농가나 고아원, 낙농 기술을 교육하는 학교에 보내졌고 빈곤 농가 자립과 한국 낙농업 발전에 도움을 줬다. 이 대표는 “당시 가축 운송에 참여했던 헤퍼인터내셔널 관계자들이 전쟁으로 초토화된 남한 산림, 특히 부산의 광경을 보고 ‘이렇게 황폐한 곳에 소들을 두고 가기 안타깝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후 생태계 복원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고민하다가 식물 수분(受粉) 작용을 담당하는 꿀벌들을 남한에 보내기로 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정보에 따르면 세계 100대 작물 중 71%가 꿀벌을 통해 수분한다고 한다”며 “과일이나 채소 등 생장에 꿀벌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그들은 파악하고 있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헤퍼인터내셔널이 가축 이외에 남한 생태계 복원을 위해 꿀벌 150만 마리를 보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해 ‘노아의 방주’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로 꿀벌 150만 마리 수송 작전이 시작됐다. 꿀벌은 200개의 벌통에 나눠 담겨 염소 75마리, 토끼 500마리와 함께 남한으로 보내졌다. 당시 헤퍼인터내셔널 관계자들이 기록한 수기에는 “전시에 DDT 살충제가 다량 사용되면서 식량 생산하는 식물 꽃에 꽃가루를 운반하는 곤충 대부분이 죽었다”며 “굶주린 한국인들은 방사한 벌을 사용해 작물을 수분하게 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꿀벌의 안전한 수송을 위해 별도의 비행 환경을 조성했다. 이 대표는 “일반적으로 비행기 비행 고도는 약 2.4~2.7km(약 8000~9000피트)이지만, 당시 꿀벌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그보다 절반 이하인 약 1.2km(약 4000피트) 정도로 유지해 비행했다”고 밝혔다.
옥스팜 등 국제 NGO에서 활동해온 이 대표는 2020년 9월 헤퍼의 한국 지부가 설립되면서 대표직을 맡았다. 헤퍼코리아는 70년 전 받았던 가축 지원의 혜택을 국제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네팔에 우수 품종의 한국 젖소 103마리를 보내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네팔 토종소와의 종자 개량 등을 진행해 네팔 낙농업가에 도움을 주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네팔 정부 및 관련 연구소와 실무 미팅을 진행하고 있고 오는 11월쯤 실제로 한국 젖소들이 네팔로 보내질 예정”이라고 했다.
이들은 향후 동남아 지역의 한 개발도상국에 대한 양계업 지원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은 6·25전쟁 당시 헤퍼인터내셔널로부터 종란(種卵) 21만6000여 개를 받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번에는 닭이나 종란을 직접 보내는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양계업 성장을 위해 유통망 구축이나 지역 시장 구축, 농가 파이낸싱 지원 등 단계별로 전문적인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우리가 받은 만큼 돌려주는 기쁨을 계속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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