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후학 양성은 내 남은 삶의 소명
“저는 사고로 죽을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엑스트라’ 인생을 살고 있죠. 교수로서 제 소명은 남은 인생 동안 장애인 후학을 길러내는 것입니다.”
서울대 해양학과를 나와 미국 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촉망받는 과학자가 2006년 차량 전복 사고로 전신마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울어본 적도, 좌절한 적도 없다. 2022 만해실천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상묵(60)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다. 그는 2010년부터 ‘이공계 장애인 엘리트 양성’을 목표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과학 기술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연수 프로그램, 대학 수업 등을 통해 그를 거쳐간 장애인 학생만 100여 명.
그는 “장애 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을 통해 고소득 직업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교육을 통해 장애인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인 경제적 고통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손을 쓰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음성 코딩 교육을 한다. 또 여름이면 초등학교 5학년부터 참가하는 ‘장애인 과학 캠프’를 열어 조기 과학 교육을 실시한다. 장애 학생이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수업을 따라갈 수 있도록 준비하자는 취지다.
이 교수는 “신학교를 다니다 사고로 중증 장애인이 돼 찾아온 학생이 있었다”며 “프로그래밍의 ‘P’ 자도 모르던 친구가, 노력 끝에 장애인 프로그래밍 교육과정에서 1등 했을 때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이전의 많은 장애인들이 사회를 바꿔 놓았기에 나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앞으로 장애인 교육 문제에서 과학자로서 내 몫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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