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어데로 갑네까" 北어민 물었지만..함구령에 호송팀은 답 못했다
“지금 어데로 갑네까?”
2019년 11월 7일 안대로 두 눈을 가린 귀순 어민이 판문점으로 달리는 호송 차량 안에서 물었다. 경찰특공대원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화를 하지 말라’는 지침 때문이었다. 귀순 어민은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마지막 순간까지 귀순 어민들은 자신들이 어디로 가는지, 강제 북송되는지 모르고 있었다.
이들을 판문점까지 호송했던 여러 명의 경찰특공대원들은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과의 면담에서 강제 북송 임무가 있던 그날의 상황을 이렇게 기억했다. 비밀에 부쳐졌던 호송 작전에 실제 투입됐던 요원의 증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특공대원 8명에게 내려진 애초 임무는 ‘판문점 자유의 집까지 귀순 어민들을 이송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특공대원들은 귀순 어민들을 북으로 직접 넘기는 일까지 떠안게 됐다. 특공대원 A씨는 “우리는 임무가 하달되면 실행하는 사람들”이라며 “어떤 추가 지시가 내려져서 우리가 인계(강제 북송)까지 맡게 됐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태 의원실이 확보한 경찰특공대원들의 증언은 강제 북송이 얼마나 은밀히 이뤄졌는지 보여주고 있다. 강제 북송 전날인 11월 6일 저녁 경찰특공대원 8명은 “내일 호송 업무가 있다”는 통보만 받았다. 어떤 호송인지, 언제 어디서 출발하는지는 전달되지 않았다.
이튿날 오전 경찰특공대원들은 스타렉스 차량 두 대에 4명씩 나눠 타고 서울 노량진 모처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소속을 알 수 없는 정부 관계자가 나와 “북한 어민들을 판문점 자유의 집으로 호송하는 임무”라고 설명했다.
특공대원들이 귀순 어민들을 처음 봤을 때 이들은 이미 포승에 묶인 채 안대까지 씌워진 상태였다고 한다. 한 특공대원은 “어떤 임무인지 아무런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장비도 챙기지 못했다”며 “비(非)노출로 사복만 입고 갔다”고 했다.
같은 시각 여의도 국회에서는 일대 소란이 벌어졌다. 이날 국회에 출석한 당시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오늘 오후 판문점에서 북한 어민 2명이 북측으로 송환될 예정”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숨기려 했지만 ‘강제 북송’이 의도치 않게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승합차 두 대에 귀순 어민들은 각각 따로 탑승했다. 노량진에서 만난 정부 관계자들도 판문점까지 동행했다. 차량이 움직이자 귀순 어민 한 명이 허공에 대고 “지금 어데로 갑네까?”라고 물었다.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지만 귀순 어민은 거듭해서 말을 걸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같으면 대꾸라도 할 텐데 (대화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어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며 “3년 전 일이지만 ‘지금 어디로 가느냐’는 질문은 또렷이 기억한다”고 했다.
호송팀은 판문점 내부에서 일단 대기했다. 북송은 한 명씩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안대는 자유의 집에서 나온 뒤에 풀어줬다.
처음 강제 북송되던 귀순 어민(파란색 상의)은 크게 저항하지 않았다. “자포자기 심정 같았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의 전언이다. 반면 뒤이어 북송되던 귀순 어민(검은색 상의)은 땅바닥을 기더니 시멘트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경찰특공대원들이 “야야야” “잡아”라고 소리치는 장면은 당시 촬영된 동영상에 그대로 기록됐다.
정보 당국은 두 번째 귀순 어민의 저항을 예상하고 있었다. 앞선 사전 브리핑 때 “인계하는 과정에서 도주한다든지 자해한다든지 돌발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 (경찰특공대가) 제어하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강제 북송 이후 정부의 ‘윗선’은 경찰특공대 팀장급 요원에게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태영호 의원은 “문재인 정권은 경찰특공대까지 속인 채 ‘북송 작업’을 서둘러 마치려 했다”며 “이런 결정을 내린 최종 지시자가 누구인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특공대원은 “당시 내 감정은 주관적인 부분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도 “그런 임무는 제 경력에서 처음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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