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강국으로 가는 길 <2> 한·중·일 남획 신화

정석근 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2022. 7. 2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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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획으로 줄었다던 어종들 '기후변화 탓' 속속 밝혀져

- 1980년대 남획설 한·중 확산
- 1950년대 日 보고서가 시발점

- 위성·IT기술 비약적 발전으로
- 선진국선 엘니뇨 등 원인 규명
- 우리는 어획량 상관관계만 고집
- 뚜렷한 근거없이 규제로 이어져

- 크기 작고 수 많은 바다생물
- 어획량 많다고 감소하지 않아

국내 수산 전문가나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어떤 어종의 어획고가 줄어들면 무조건 ‘남획’ 때문이라고 언급하면서 어민을 죄인 취급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기후변화와 수산생물 변동 관계에 관한 구체적인 과학 지식이 없었던 1990년대 이전에는 선진국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기후변화와 같은 해양환경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어업 자료만으로 분석하면 당연히 남획이 유일한 원인으로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연근해수산물 위판장인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중도매인들이 갈치를 경매하고 있다. 국제신문DB


■어획고 감소는 기후변화 때문

20세기 후반 들어 인공위성을 통해 지구 표면을 한꺼번에 볼 수 있게 되고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어업에 미치는 영향을 큰 시각에서 평가할 수 있게 됐다. 대표적으로 1970년대 초반 페루 앞바다 멸치 어획고가 급감한 주원인은 남획이 아니라 지금은 엘니뇨라고 잘 알려진 해양 기상 변동 때문임을 알게 됐다.

한국에서 남획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쓰인 것은 1980년대 참조기 어획량이 크게 줄면서부터다. 이 영향을 받아 중국에서도 멸치나 참조기가 남획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남획 신화의 출처는 일본

그렇다면 대한민국과 중국에서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나왔던 이 남획 신화는 어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일까? 물론 유럽이나 미국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일본을 그 출처로 본다. 황해와 동중국해에서 일본 이서(以西) 저인망 어업으로 남획이 일어났다고 처음으로 평가한 국가 보고서는 나가사키 소재 수산청 서해구연구소에서 1951년 발간한 ‘이서 저서 자원 조사연구보고’로 보인다. 이 보고서에서는 연간 어획량이 1910년대부터 점점 증가하다가 1929년에 약 6만t으로 정점을 찍고 크게 줄었다고 평가했는데, 그 이유로 남획을 꼽았다. 1985년 2월 11일 자 아사히 신문은 톱기사로 역시 같은 서해구연구소 보고서를 인용해 1950년대와 비교해 1980년대 저어류 자원량이 4분의 1로 줄었고, 특히 참돔은 100분의 1로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그 원인으로 기존 일본 어선은 물론 이 무렵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한 중국과 한국 어선 남획을 꼽았다.

■한·중·일 어획고, 1950년대의 4배

그러나 이 해역에서 연간 어획고는 오히려 꾸준히 늘어 1950년대에는 한·중·일 합쳐서 약 200만t, 남획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던 1980년대 초에는 약 600만t, 그리고 1980년대 후반 이후 지금까지 약 800만t을 유지해오고 있다. 1990년대 이후 한·중·일 어선이 1920년대에 비해 100배 이상, 1950년대와 비교해서 4배 이상 어획고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어서, 일본 연구소와 언론에서 1951년과 1985년에 거론한 남획 이야기는 과장된 허구였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과도한 어획 활동으로 바다생물종이 멸종할 수도 있다. 덩치가 크고 수명이 길며 낳는 새끼 수가 적은 고래나 물범 같은 바다 포유류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살충제를 그렇게 뿌려도 몸 크기가 작은 모기나 바퀴벌레는 개체수가 줄지 않는다. 바다에서도 몸 크기가 작고 수명이 짧으며 낳는 알 수도 많은 어종은 어획 활동으로 멸종하지 않는다. 이런데도 지난 몇 십 년 동안 한 어종 어획고가 급감하면 예외없이 ‘남획’을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정어리 명태 말쥐치 참조기 갈치대구 청어가 대표적인데, 모두 기후변화 때문에 어획고가 크게 변동했음이 뒤에 밝혀졌다.

■‘남획’은 정치적 용어

‘남획’이란 말은 정치적이다. 원인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획고가 급감한 책임을 어민 탓으로 돌리고, 어업을 방해하는 온갖 법과 규제를 만들어 어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어 놓았다.

그럼 국내 남획 대명사인 참조기는 그 뒤 어떻게 되었을까? 한때 최대 4만t을 잡았으니 남획됐다고 국내 자칭타칭 수산 전문가들이 국제적으로 언급한 참조기는 2010년 이후 그 10배인 연간 40만t을 중국과 한국 어선이 한중 경계수역에서 잡고 있어도 여전히 잘 잡히고 있다. 중국과 비교하면 우리 어선은 한중 경계수역에서 고작 10% 이하만 잡고 있고, 심지어 대한민국 배타적 경제수역 안에서도 중국 어선이 우리 어선보다 배 이상 참조기를 많이 잡는다. 이런데도 해양수산부는 유독 우리 어민만 참조기를 남획하고 있다면서 금어기, 금지체장에 이어 총허용 어획량까지 적용하려고 해서 어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남획이든 기후변화이든 대상 어종 개체수가 어느 수준 이하로 줄어들면 연료비 등 수지타산을 못 맞추는 어민은 규제하지 않더라도 잡는 것을 포기하게 마련이다. 올해 기름값이 크게 오르고 기후변화로 멸치 대신 청어만 잡히는 멸치중층쌍끌이(권현망) 어업이 먼저 조업을 포기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처럼 그물로 잡는 어업으로는 남획이 일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혼획, 조업구역, 어선 규모 상한 같은 관련 어업 규제를 없애 어업인이 자율적으로 경영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수산 강국으로 갈 수 있다.

※ 공동기획: 국제신문, 대형기선저인망수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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