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날 넘어온 北선박, 軍 6명 탔는데 합동신문도 없이 대선날 북송

양승식 기자 2022. 7. 2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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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뒤따르던 북한 경비정에 경고 사격까지 하면서 나포

문재인 정부가 지난 3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내려온 북한 선박을 합동 신문도 없이 하루 만에 돌려보낸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이 선박에는 군인 6명 등 7명이 타고 있었고, 우리 해군이 이 선박을 뒤따라온 북한 경비정에 경고 사격까지 했는데도 제대로 된 조사 없이 바로 북송한 것이다. 이 선박은 20대 대통령 선거 하루 전인 3월 8일 NLL을 넘어왔고, 대선 당일인 9일 송환됐다. 군 관계자는 “북한 군인들이 탄 배를 경고 사격까지 해서 나포해 놓고 사실상 그냥 돌려보낸 건 창군 이래 처음일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태스크포스(TF) 단장인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정부 관계자에게 받은 보고에 따르면, 군은 지난 3월 8일 서해 백령도 근해에서 NLL을 넘은 북한 선박 1척을 나포했다. 이 과정에서 선박을 뒤따라온 북한 경비정도 NLL을 침범했고, 우리 해군 고속정이 40㎜ 함포 3발로 경고 사격을 했다. 월선한 북한 선박에는 군복 차림의 6명과 사복 차림 1명이 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이들을 백령도 현장에서 약식 조사만 한 뒤 북으로 돌려보냈다고 한 의원 측은 밝혔다. 군복 차림의 선박 탑승자는 모두 실제 군인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이런 경우 군과 국정원 등이 모두 참여하는 중앙 합동 신문을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대공 용의점 등을 면밀히 살펴보지 않은 채 “군인의 이삿짐을 옮기는 배”라는 선박 탑승 군인들의 일방적 진술만 듣고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한 의원 측 관계자는 “당초 국정원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합동 신문이 추진됐지만 국방부 대북정책과가 백령도를 관할하는 해병대에 바로 송환하라고 해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백령도 현장에서 군이 주도하는 약식 조사만 이뤄졌다”고 했다. 북한 경비정이 개입된 사건이 약식 조사로 끝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북한 경비정은 약 7분 동안 NLL을 침범했는데, 경비정의 월선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최초이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역점 정책이었던 남북군사합의를 어긴 사안이었는데도 월선 행위 자체에 큰 의미를 두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유엔군사령부 역시 당시 조사에 참석하겠다고 우리 군에 통보했지만, 조사 인원이 도착하기도 전에 일사천리로 북송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북한군 탑승 선박이 NLL을 넘어왔고 이를 뒤따르던 북한 경비정에 경고 사격까지 한 상황에서 국정원의 조사도 없이 월선 군인들을 올려 보냈다”며 “대공 용의점 등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2019년 9월에 만든 ‘북한 선박·인원 발견 시 대응 매뉴얼’에서 “북한 선박이 단순 진입한 것으로 확인되면 퇴거 또는 현지 송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번 사건의 경우 현장 퇴거가 되지 않자 백령도 항구로 선박을 예인했고, 이에 따라 국가안보실이 사건을 지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 의원실은 밝혔다. 국정원이 포함된 중앙합신은 국방부 대북정책과의 일방적 지시로 불발됐다. 한 의원 측은 “당시 국방부 대북정책과가 매뉴얼에 따라 국가안보실의 직접 지시를 받은 정황이 있다”고 했다. 청와대의 지시로 대선 전날 월선한 북한 선박을 하루 만에 급히 북송했다는 취지다.

당시 군 관계자는 백령도 월선 사건에 대해 “승선 인원 전원 귀순 의사가 없고, 북한으로 복귀를 강력히 희망했다”며 “귀환 시까지 일체의 식사를 거부했다”고 했다. 군 자체 조사와 이에 따른 송환 조치가 정당하다는 취지였다. 군은 그러면서 “송환 조치는 귀순 의사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며 매뉴얼과 절차에 따라 관계 기관이 합동으로 충분히 조사했다”고 했다. 한 의원은 “충분히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월선한 군인들을 무리하게 돌려보낸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9년 7월 27일 북한 소형 목선이 동해 NLL을 월선했을 때도 민간인 3명을 사흘 만에 북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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