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필요시 외화유동성 공급할 수도"..한국, 러 원유 가격상한제 동참
윤 대통령, 옐런에 "양국 통화가치 안정에 미국도 협력 기대"
한국과 미국이 필요시 외화유동성 공급장치를 실행할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한국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미 재무장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양측은 외환시장 관련 협력에 합의하면서 “한·미 양국이 필요시 유동성 공급장치 등 다양한 협력방안을 실행할 여력이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이는 당장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하지는 않더라도 필요시 해당 절차를 진행시킬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추 부총리는 “한국의 외화유동성은 안정적 상황이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급변동이나 역내 경제안보 위험요인에 유의하며 시장 상황을 철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유사시에 대비해 컨틴전시플랜을 면밀히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재무장관으로서는 6년 만에 한국을 찾은 옐런 장관은 이날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 실시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의 동참을 재차 요청했고 추 부총리는 “도입 취지에 공감하며 동참할 용의가 있다”고 화답했다. 가격상한제는 국제 원유시장에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일정 가격 이상으로 입찰하지 않기로 소비국들이 약속하는 것을 말한다.
양측은 또 공급망 교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원자재 가격 급등과 인플레이션(물가 오름세) 압력 심화, 급속한 통화 긴축 파급효과 등 ‘복합위기’ 상황에서 한·미 간 전략적 경제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옐런 장관을 접견하고 “양국의 상대적 통화가치가 안정될 수 있도록 미국도 협력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한·미 동맹이 경제금융안보 동맹으로 더욱 튼튼하게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경제안보 분야에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고, 이 같은 협력이 한·미관계가 안보 동맹을 넘어 산업·기술 동맹으로 발전해나가는 길이라는 데 옐런 장관도 동의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옐런 장관은 “미국은 한국과의 긴밀한 파트너십에 깊은 가치를 부여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미국은 한국을 오랜 우방과 친구로 생각하고 있고, 한국의 민주주의와 경제, 우리의 긴밀한 우정과 공유한 가치들에 대해 깊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옐런 장관은 서울 중구 한국은행을 찾아 이창용 한은 총재와도 만났으며 최근 금융·외환시장 동향과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옐런 장관은 이번 면담에서 최근의 세계 경제·금융시장 상황 등을 주제로 의견을 나눈 뒤, 약 30명의 한은 여성 직원들과 만나 ‘경제학계와 여성’을 주제로 대담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호준·심진용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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