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하고 촘촘하게.. 오늘을 감각하는 '젊은 미술'

강주영 2022. 7. 20.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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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 입주작가·신진작가 교류전
작가 10명 5개팀 소주제 표현
30일까지 춘천문화예술회관
▲ 이수현 작 ‘걱정하지 말아요 기억하지 않을게요’

‘자신의 시대와 완벽히 어울리지 않는 자, 시대의 요구에 순응하지 않는 자’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주 아감벤이 정의한 ‘동시대인’이다. 청년이 순응하는 사회만큼 부패한 사회는 없다는 말이 있다. 말랑말랑 새살로, 쭈삣쭈삣 날 선 채, 모든 것을 예민하게 지각하며 세상과 타협하지 않으려는 고군분투. 청년들이 빛나는 이유다. 시대의 빛에 쉽게 눈 머는 대신, 세상을 촘촘히 감각하는 ‘젊은 전시’가 열린다.

▲ 박예지 작 ‘Hawai’

춘천문화재단 레지던시 예술소통공간 ‘곳’ 입주작가와 신진작가들이 오는 28일까지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교류전 ‘세계와 나, 그 사이’를 연다. 곳 입주작가와 춘천 활동 작가들이 5개의 소주제 아래 60여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2030 작가들이 대거 포진했다. 지난해 ‘곳’에 입주한 오세경·김민지·이한나·홍기하·김경원 작가와 한선주·송신규·제현모·박예지·이수현 작가다. 춘천에 살거나 지역 대학교 등 졸업 후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이다. 2명씩 1팀, 5개팀을 이뤄 사회문제부터 개인 이야기까지 다룬다. 회화와 조각, 동양화, 서예, 설치 미술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 오세경·한선주작가의 설치미술 전시 모습

김경원·이수현 작가의 소주제는 ‘우리는 항상 거기 있었다’이다. 김경원 작가는 젖소, 닭 등을 작품 소재로 한다. 공장식 축산으로 대량 생산·소비되는 동물들이다. 작품 ‘플라이 치킨’은 닭 모양 철근들로 중첩된 모빌을 구현했다. 동물 모형의 반복은 다양성이 공존하는 세상과 멀다. 동물을 각 개체로 보는 대신 한데 묶어 생산과 소비 대상으로 여기는 실상을 적시한다. 이수현 작가는 기후위기 속 지구 상황을 드러낸다. 작품 주변에 간간히 새긴 글귀는 작품 속 동물들이 말을 거는 듯해 관객들과 교감하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개인과 전체의 관계도 은근히 전한다.


오세경·한선주 작가의 작품은 협업이 특히 두드러진다. 설치미술 ‘무한의 주인’은 죽음에 관해 두 작가가 메일을 주고받은 내용을 종이롤에 프린팅해 무한 반복하는 괴기함이 발길을 머물게 한다. 사회와 개인의 갈등에도 주목, 거대한 사회에 압도된 유약한 인간의 고독과 절망을 표현했다. 전시관 안쪽에 따로 마련한 공간에는 두 작가의 작품 6점이 붉은 조명 아래 걸려 관객이 낯선 타인의 고통을 관찰하도록 했다.

▲ 송신규 작 ‘욕망하는 식물’

청년 시선에서 옛것을 조명한 작품들도 보인다. ‘붓끝에서 부는 바람’을 소주제로 삼은 이하나·제현모 작가의 작품들은 서예와 동양화 등으로 고전의 미학을 선사한다. 제 작가는 ‘옛것을 따르고 담다’라는 뜻의 ‘방고’를 표방하며 관동팔경을 담은 작품 3점을 선보인다. 이 작가는 삶의 방향을 잃고 부유할 때 조상들의 문장을 되새기며 제자리를 찾았다고 한다. 동서양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때, 두 청년 작가는 다시 동양의 아름다움과 지혜에 주목했다.


김민지·송신규 작가는 강원도의 일상을 작품에 녹였다. 인제 출신 김민지 작가는 버스를 타며 만나는 창가의 이미지를 놓치지 않았다. 한지에 먹을 이용한 작품 ‘비 오는 139㎞의 풍경14’에는 먹먹한 풍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송 작가는 가족, 풍경의 서사를 통해 성장기를 연필로 되새겼다. 그의 작품 ‘욕망하는 식물’은 현재와 과거의 관계회복, 진실을 보려는 심상 중 하나다.

▲ 제현모 작 ‘낙산사’

홍기하·박예지 작가는 ‘숭고하게 모던하게’ 조각을 선보인다. 홍 작가의 ‘바닐라’는 무게를 단순하게 표현하는 조각의 상징성이 엿보인다. 그는 쉽게 변하는 시대에도 본질을 표현하는 것이 조각가의 사회적 역할이라고 말한다. 박 작가의 ‘하와이’는 세 개 다리를 가진 ‘말(horse)’로 ‘말(language)’을 건넨다. 위트있는 조형을 통해 ‘말’이 소통과 단절의 매개라는 점도 전한다.

전시는 이달 30일까지 이어지며 오는 23일과 27일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된다. 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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