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간 해독환', 1년 넘게 31억원어치 팔렸다
간 해독 효과를 내세워 무허가로 한방의약품을 만들어 팔아온 일당이 적발됐다. 이들이 전국에서 8000여명에게 판매한 불법 의약품은 31억원어치에 달한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2019년부터 1년 넘게 허가 없이 한방의약품을 제조·생산하고 판매원 등을 모집해 불법 판매한 9명을 입건해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무허가 한방의약품을 불법적으로 제조·판매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한의사와 제조 기술자, 원료 가공업자 등이 공모해 주로 판매한 불법 의약품은 간해독환이다. “간 해독에 특효가 있다”고 광고해 1상자에 24만원, 30만원씩 받고 고가에 팔았다. 한의원 이름이 표기된 상자에 2병씩 들어 있는 약품 병에는 효능에 대해 ‘지방간, 고지혈증(콜레스테롤), 알코올 및 각종 약물 중독의 해독, 만성 변비 숙변 제거, 신진대사 원활’이라고 표기돼 있다.
하지만 해당 제품 원료의 90%를 차지하는 유황은 유해물질 등을 제거해 광물성 약제를 먹을 수 있게 개발한 ‘법제유황’이 아니었다. 값이 30분의 1에 불과한 불법 가공 처리된 유황이었다. 서울시 민사경은 “눈이나 점막에 강한 자극성을 띤 유황은 장기간 노출되면 체중 감소나 신장 손상이 유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당은 주로 고령층을 대상으로 판촉을 벌여 약 1만3000상자를 팔았고, 28억원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 특히 이들은 2019년 정식 개설한 한의원의 부속 시설로 원외 탕전실을 만들고 불법 한방의약품을 제조하고, 판매상담원이 구매자의 신상을 파악해 대면 진료 없이 처방전을 발급하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했다. 또 진료기록부는 사후에 작성해 4500부를 보관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고 특사경은 전했다.
또 불법 캡슐 제품을 대사질환, 자가면역질환 등에 좋은 한방의약품으로 둔갑시켜 3억원어치 이상을 판매하기도 했다. 1상자에 37만원 또는 55만원씩을 받고 700상자를 판 해당 캡슐은 한의원에서 제작한 용기에 담겨 있어 자체 생산한 것처럼 보이지만 외부에서 납품받은 것으로 제조원이 분명하지 않다고 특사경은 전했다.
강옥현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한약을 복용할 때는 한의원에 직접 내원해 한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처방·조제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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