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제작 모두 국내 기술진 주도.. 산업·안보 양날개 '활짝' [KF-21 첫 시험비행 성공]

박수찬 2022. 7. 19.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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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T-50 훈련기의 꿈을 이루었고, 20년이 지난 오늘(19일) 우리는 기적을 이뤘다."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의 19일 첫 시험비행 직후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류광수 고정익사업부문장 부사장의 이 같은 소회는 국산 군용기 개발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KF-21은 국내에서 개발될 공중발사순항미사일(ALCM)을 탑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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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분간 성능 점검 뒤 안전하게 착륙
8조8000억원 들여 印尼와 공동 개발
전자전 체계 등 핵심 장비·부품 국산화
항공기 운영유지 인프라 구축 효과도
노후 전투기 대체 공중전력 향상 기대
현존 최강 미사일로 수출 경쟁력 갖춰
장거리 지상 공격력 문제는 보완 필요
엄지 척 KF-21 첫 시험비행 조종간을 잡은 공군 제52시험평가전대 안준현 소령이 19일 제3훈련비행단 기지 활주로에 무사히 착륙한 뒤 엄지를 세우며 자축하고 있다. 사천=뉴시스
“2002년 T-50 훈련기의 꿈을 이루었고, 20년이 지난 오늘(19일) 우리는 기적을 이뤘다.”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의 19일 첫 시험비행 직후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류광수 고정익사업부문장 부사장의 이 같은 소회는 국산 군용기 개발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첫 시험비행으로 선진국들이 기술 이전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전투기 개발 성공이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KF-21이 산업·안보적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기술 증진… 항공선진국 합류 ‘물꼬’

한국은 지난 수십년 동안 미국과 유럽에서 거액을 들여 군용기를 구매해왔다. 하지만 독자적인 군용기 설계 및 핵심 부품 제작 기술 습득은 매우 어려웠다. 선진국들의 엄격한 기술 이전 통제 때문이었다. 전투기 등을 자체 개발해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연구개발비 8조8000억원을 투입해 인도네시아와 함께 개발한 KF-21은 이 같은 요구에 부응할 기반을 제공했다는 평가다. KF-21은 항공기 설계부터 제작에 이르는 과정을 국내 기술진이 주도했다. 국내에서 축적된 항공전자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레이더, 임무컴퓨터, 전자전 체계 등 해외 제작사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핵심장비 대부분을 국산화했다. 4대 항공전자장비로 꼽히는 능동위상배열 레이더(AESA),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표적추적장비(EO TGP), 전자전 장비(EW Suite) 등도 국내서 개발한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 향후 양산 과정에서 추가적인 국산화가 이뤄질 예정이다.
장비와 부품 국산화 외에 항공기 운영유지 인프라 구축이 가능하다. KF-21이 제 성능을 발휘하려면 항공기 핵심장비와 부품 개발·생산·체계통합과 더불어 국내 정비능력까지 갖춰야 한다. KF-21을 개발·생산·운영하면 항공기 개발부터 운영유지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 적용되는 기술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을 항공 선진국 대열에 올려놓을 기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공군력 증강 효과… 수출 경쟁력도 기대

KF-21은 이날 시험비행에서 기체 하부에 유럽 MBDA의 미티어(METEOR)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4발을 장착했다. 미티어 미사일은 아시아에선 한국이 처음으로 운용하는 무기체계다. 한국 공군이 쓰고 있는 미국산 AIM-120 공대공미사일보다 우수한 성능을 지닌 미티어 미사일은 음속의 4배가 넘는 속도로 200㎞ 이상 떨어진 적기를 공격할 수 있다. 중국·일본·러시아 등 강력한 공군력을 운용 중인 주변국의 위협을 억제한 전략적 차원의 타격력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힘찬 비상 19일 경남 사천시 공군 제3훈련비행단 기지 활주로를 이륙한 KF-21(보라매)이 힘차게 창공을 비행하고 있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초음속 전투기 KF-21은 33분간 사천 상공을 비행하면서 지상활주 등 기체의 기본적인 성능을 점검한 뒤 오후 4시13분 안전하게 착륙했다. KF-21 뒤편 작은 항공기는 시험비행 관측기. 방위사업청 제공
노후한 F-4·5 전투기를 교체하면서 공군력의 질적 향상도 꾀할 수 있다.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도 KF-21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세계 시장에서는 F-35처럼 스텔스 성능을 앞세우는 기종과 라팔·타이푼 등 강력한 공격력을 확보한 기종이 각광받고 있다. KF-21은 F-35보다 스텔스 성능은 낮지만, 현존하는 공대공미사일 중 최강으로 꼽히는 미티어 미사일을 탑재해 강력한 ‘펀치’를 갖췄다. 스텔스보다는 공격력이 우수한 전투기를 원하는 국가라면 KF-21이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장거리 지상 공격력 문제는 보완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KF-21은 국내에서 개발될 공중발사순항미사일(ALCM)을 탑재할 예정이다. 기술적 난도가 상당한 ALCM이 실전배치가 이뤄지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수출 대상국이 미국·유럽산 미사일을 요구할 수도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ALCM만 해결되면 수출 경쟁력이 있다”며 “KF-21 탑재 수출용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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