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평균 임금으로 서울 아파트 사는 데 걸리는 시간은 '36년'..단, 숨만 쉬어야 함

이동준 2022. 7. 1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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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전국 집값이 2년10개월만에 하락 전환
경실련, 서울 주요 아파트 시세변동 분석 발표. 연합뉴스
 
노동자 평균 임금이 18년간 1900만원에서 3600만원으로 늘어난데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월급을 단 한 푼도 쓰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36년이 걸린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8년간 서울 아파트 한 채 값이 평균 9억원 넘게 상승하면서 4배 가까이 뛰어올라 이같은 분석이 나온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2004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 시내 75개 아파트 단지 12만4000세대의 시세 변동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KB부동산 시세정보를 활용해 이들 아파트의 3.3㎡(1평)당 가격 평균치를 시점별로 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결과에 따르면 30평형 기준으로 2004년 3억4000만원이던 아파트 가격이 올해 5월 12억8000만원으로 약 3.8배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권별 임기 말 기준으로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2008년 1월) 때 5억2500만원으로 올랐고, 이명박 정부(2013년 1월) 때는 4억9100만원로 하락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다시 집값이 오르기 시작해 2017년 5월 5억9900만원을 기록했고,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인 올해 5월에는 12억7800만원으로 2배 넘게 뛰어올랐다.

경실련은 “2010∼2014년 집값 하락 시기는 분양가 상한제가 전면 시행되고 강남·서초의 900만원대 반값아파트와 600만원대 토지임대 건물분양아파트가 공급됐을 때”라며 “반면 지난 5년 동안은 3기 신도시, 공공재개발 등 투기를 조장하는 공급 확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아파트값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경실련은 또 노동자 평균 임금이 18년간 1900만원에서 3600만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는 데 걸리는 시간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18년에서 36년으로 늘었다.

특히 아울러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비강남 지역의 집값 차이가 30평형 아파트 기준으로 2004년 3억8000만원에서 올해 15억1000만원으로 벌어져 역대 최대 격차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해당 기간 강남 3구는 6억8000만원에서 26억1000만원으로 19억원 넘게 올랐고, 비강남 지역은 3억원에서 11억원으로 8억원 상승했다.

한편 전국 집값이 2년10개월만에 하락 전환했다.

15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6월 전국 주택종합(아파트와 연립·단독주택 포함)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01% 하락했다.

전국적으로 월별 집값이 하락한 것은 2019년 8월(-0.05%) 이후 2년 10개월 만이다.

주택 유형별로 보면 전국 아파트값이 지난달 0.10% 떨어져 전월(-0.05%) 대비 낙폭이 2배로 커졌다. 올해 들어 월별 최고 하락률이기도 하다.

이는 고강도 대출 규제와 기준금리 인상 압박으로 주택 매매 시장이 극심한 ‘거래 절벽’의 수렁에 빠진 가운데 집값이 고점이라는 인식이 커진 영향으로 보인다.

미국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p 금리 인상)을 밟으면서 한국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압박을 받은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고물가 지속과 긴축 우려로 글로벌 경제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는 한동안 집값이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1∼6월) 전국 아파트값이 0.16% 하락한 가운데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이 0.47% 떨어져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값이 지난달에 0.08% 빠지며 지난 2월과 같은 하락률을 나타냈다. 올해 들어 6개월 새 서울 아파트값은 0.25% 떨어졌다.

경기와 인천의 아파트값은 지난달에 각각 0.16%, 0.23% 내려 올해 들어 월별 최고 하락률을 기록했다. 두 지역의 상반기 누적 하락률은 각각 0.56%, 0.61%에 달했다.

지방 아파트값도 지난 5월(-0.01%)과 6월(-0.06%) 두 달 연속 하락했지만, 상반기 전체적으로는 0.13% 상승했다.

전국적으로 아파트값은 하방 압력이 강하지만, 연립주택과 단독주택 가격은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전국 연립주택(빌라) 가격은 0.04% 올라 전달(-0.02%) 대비 다시 상승으로 전환됐고, 단독주택 가격은 지난 4월부터 3개월 연속으로 월별 최고 상승률(0.24%)을 유지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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