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에 가려진 파업의 핵심, 하청 노동자 '저임금·고용불안'[긴장 고조되는 '대우조선 파업' 현장]
사내하청이 인력의 절대 다수 차지..숙련노동자도 최저임금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파업에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직접 시사하면서 노·정관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노동계는 “폭력으로 짓밟는다면 노동자들은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대정부 투쟁을 준비했다.
노동계는 정부가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이유는 외면하고 불법행위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는 지난달 2일부터 지난 5년간 삭감된 임금의 원상회복(30% 인상)과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지난달 22일부터 유최안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0.3평 남짓한 철제구조물에 스스로 들어갔고 6명이 고공농성 중이다. 지난 14일부터는 3명이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하청노동자들의 ‘벼랑 끝 파업’ 이유는 다단계 하청구조 속 고질적인 저임금과 고용불안이다. 대형 조선소들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인건비 절감 등을 위해 사내하청을 적극 이용하기 시작했다. 2015년 사내하청 노동자가 원청의 4배를 넘었고 현재는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조선업 다단계 하도급의 일반적인 구조는 ‘원청 조선소 → 1차 하청업체(사내하청 혹은 사외 협력업체) → 물량팀장 → 물량팀원’으로 돼 있다. 이러한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20~30년 경력을 가진 숙련노동자도 최저임금 수준을 받기 일쑤다. 여기에 조선업이 불황일 때마다 하청노동자들은 임금 삭감과 대량 해고 등 피해를 봤다. 지난 5~6년 동안 일터를 떠난 하청노동자만 7만6000명이다.
이김춘택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핵심은 조선업 하청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인력난이 문제이고, 여기서 하청 구조를 건드리지 않고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 원청업체 노사, 하청업체 노사는 지난 15일부터 사태해결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사측은 조선하청지회에 기존과 동일한 4.5% 임금 인상률을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회는 당초 제시안에서 한 걸음 물러난 조건을 제시하고, 인상도 기간을 두고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회는 지난 15일 대우조선해양의 지분을 절반 이상 보유한 산업은행, 원청인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측에 “오는 23일 휴가 시작 전에 문제해결을 위해 대화와 협상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협의가 원만히 진행되려면 산업은행과 원청의 역할이 뒤따라야 한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르면, 정부가 50% 이상 지분을 가진 기관 또는 이들 기관이 50% 이상 지분을 가진 기관은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55.7% 보유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노동자들은 “지분을 55% 가지고 있는 ‘진짜 사장’ 산업은행이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청업체가 자체 역량만으로 큰 폭의 임금 인상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원청업체의 적극적인 역할도 주문하고 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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