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습기·악취에 무방비 노출..실내작업 온열질환 속출
[앵커]
한여름 뙤약볕에 노출된 '실외' 노동자들, 온열 질환으로 쓰러지는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 '실내' 작업장인 쿠팡 물류센터에서, 두 명이 응급실로 실려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탈수 증세였다는데, 그 날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시죠.
[정동헌/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동탄센터대표 : "그날 현장 온도가 33도, 32도에다가 습도가 그날 좀 계속 높더라고요. 쿠팡물류센터 현장 같은 경우는 에어컨이 안에 없어요. 물먹거나 식염 포도당 알약 같은 거 있거든요. 그거 먹으면서 이제 버티죠."]
쿠팡 같은 대기업 작업장에...
어떻게 에어컨도 없었을까요?
정부는 올해 처음, 실외 뿐 아니라 실내 노동자들을 위해서도 냉방 장치 설치, 휴식 시간 제공 등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강제성은 없습니다.
쿠팡은 일단 시간 당 일정 시간 씩 휴식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폭염 연속 기획, 오늘은 이 문제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열기 속에 갇힌 '실내 노동'의 실태, 황다예 기자의 취재입니다.
[리포트]
계단 아래 지하 공간에서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갑니다.
재활용 쓰레기를 선별하는 작업장.
열화상 카메라를 갖다 댔더니 온통 붉은 색입니다.
후끈한 열기에도 비닐 등이 날아갈까봐 선풍기는 세게 틀 수 없습니다.
한 층 더 밑에선 재활용품 이물질을 제거 중인데, 열화상 수치가 35도를 넘어섭니다.
냉방 기기를 틀어도 온도가 이 수준입니다.
[강철호/재활용 선별장 노동자 : "분쇄를 해서 열에 의해 녹여서 저 연료를 만드는 제품을 생산하는 곳입니다. 이 현장에서 가장 온도가 가장 높은 곳입니다."]
문제는 열기 뿐만이 아닙니다.
악취를 측정하는 장비입니다.
작업장 바깥에선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수치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빠른 속도로 두 자리 숫자로 치솟습니다.
악취 물질들의 '순간적인' 농도는 건강 기준치보다 다소 낮지만 장기 노출 시엔 신체 장애가 우려되는 수준입니다.
유일한 방어막은 마스크인데, 그나마도 벗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이재식/전국환경노조 지부장 : "땀이 많이 나다 보면 눈을 계속 감을 수밖에 없어요. 이걸 장갑을 끼고 여기가 이제 유리 가루도 있고 (땀을) 닦을 수가 없으니까 마스크를 아예 빼는 거예요."]
혐오 시설이란 낙인 속에 서울시 공공 재활용 선별장 15곳 중 7곳이 지하로 밀려났습니다.
1,500인분의 점심을 준비 중인 초등학교 급식실.
온도는 35도고, 조리를 시작하자 습도는 98%까지 치솟습니다.
에어컨과 선풍기 몇 대로는 감당이 안 되는 지경입니다.
[정미형/급식실 노동자 : "그냥 참고 일하는 방법하고 또 중간중간 얼음물 마시면서 선생님께서 너무 안타까우셔서 얼마 전부터 이온 음료를 사 주셨어요."]
설거지 시간도 괴롭습니다.
위생 상 섭씨 80도가 넘는 물을 쓰기 때문입니다.
기름때를 빼려면 뜨거운 물로 설거지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수저는 삶은 뒤에 노동자가 손을 직접 넣어 빼내기도 합니다.
이 달 초 경기도 학교 두 곳에서 급식 노동자가 온열질환으로 쓰러졌습니다.
[손경숙/전국교육공무직본부 급식조리분과장 : "튀기고 고온에 볶고 삶다 보니까 급식실 내 온도는 40도, 50도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급식실 노동자들은 두통에 시달리고 탈진이 오고..."]
더울 땐 '실내' 노동자도 휴식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원론적 규칙만 있어 왔을 뿐, 지금까지 폭염 안전과 관련된 법·제도는 철저히 '실외' 중심이었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음성변조 : "아무래도 가장 직접적인 행정 대상이 건설현장 등 5개 노동자였고, 지금 행안부에서 주관하는 폭염 대책에도 야외 근로자 중심으로 우선 돼 있고요."]
결국 '실내'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휴식 시간 등을 보다 구체화한 가이드라인이 올해 처음 나왔는데, 강제성이 없다보니 피해 예방 효과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KBS 뉴스 황다옙니다.
촬영기자:안민식 김경민/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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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다예 기자 (all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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