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비 더 준다고 잡히나".. 심야 택시 탄력요금제 논란 [이슈+]

구현모 2022. 7. 19.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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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비를 더 주면 뭐합니까 안 잡히는데."

강신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당장의 심야 택시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탄력적 요금제도 도입해야 하지만 일시적인 대책"이라면서 "현재 택시 대란의 원인은 심야 시간 운행 택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법인택시 가동률이 급감했기 때문이고 법인 택시 기사들이 낮은 처우를 견디다 못해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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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시간대 택시 요금 올려 운행 대수 늘리는 계획
반대 측, 가격 오르고 공급 늘지 않을 것이란 시각
택시 업계 측 "법인 기사들 처우·규제 개선해야"

“택시비를 더 주면 뭐합니까 안 잡히는데.”

직장인 김모(30)씨는 회식 때마다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에는 이용료를 더 내더라도 ‘카카오T 블루’ 택시를 잡으려고 해봤지만 근처에 운행하고 있는 택시가 잘 없는 데다가 어쩌다 잡히더라도 오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했다. 김씨는 “택시 잡는데 한 시간 넘게 걸린 적도 있다”며 “요금 올려준다고 해도 택시가 잡힐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택시들이 손님을 태우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을 중심으로 심각해지는 심야 택시 승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카카오택시 등 플랫폼 택시에 탄력요금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최근 정부가 심야시간대 택시 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플랫폼 택시 탄력요금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탄력요금제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심야시간대 택시 기사 공급을 늘리기 위해 요금, 호출료 등을 일정 범위 내에서 탄력적으로 올려받을 수 있게 하는 ‘플랫폼 택시 탄력요금제’ 도입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플랫폼에 등록된 택시가 그때그때 수요 공급에 따라 다른 요금을 받게 함으로써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심야시간대에 택시요금을 올리고, 택시 운행 대수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현재 심야시간대 택시 호출 성공률이 25% 수준에 불과해 시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급 문제이기 때문에 시장 기능을 작동시켜 공급 확대를 유도하려고 하는 데 가격 등의 문제에서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선이 어디까지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요금이 천정부지로 오르지 않게 상한선을 정한다는 것이 국토부의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요구하는 기존 요금의 두 배까지 상한선을 올리기는 어렵지만 택시 기사들에게 충분히 유인을 줄 수 있을 범위에서 요금을 높일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원 장관의 설명이다. (기존 요금의) 25% 이상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그보다는 많아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새 정부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이런 발표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이미 심야시간대에는 할증료가 붙는데 탄력요금제까지 더해진다면 얼마를 내라는 거냐”, “결국 소비자 부담만 커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플랫폼 택시에 가격 유인을 줘도 승차난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반대 측의 시각이다. 일부 플랫폼 택시들은 장거리 승객들 위주로 ‘골라 태우기’를 하는 경우가 많아 탄력요금제를 도입해도 가격만 오르고 공급은 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택시 잡기 경쟁이 벌어지며,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결국 비싼 택시를 어렵게 잡는 상황만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원 장관은 가격을 올렸는데도 공급이 늘지 않으면 강제 배차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특정 시간대(심야 시간) 운행 실적이 없으면 면허라든지 보조금 지급에도 불이익을 주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18일 한 택시회사 차고지에 택시 기사를 구하지 못해 운행이 불가한 택시 차량들이 늘어서 있다. 뉴스1
택시 업계는 심야요금은 불가피하다면서도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위해서는 법인택시 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강신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당장의 심야 택시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탄력적 요금제도 도입해야 하지만 일시적인 대책”이라면서 “현재 택시 대란의 원인은 심야 시간 운행 택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법인택시 가동률이 급감했기 때문이고 법인 택시 기사들이 낮은 처우를 견디다 못해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택시 공급을 늘리려면 법인 택시 기사들의 처우를 높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택시요금과 근무 형태를 정부가 통제하지 말고 시장에 자율적으로 맡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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