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인상 1년도 안 돼 권고사직" 판교 임금 줄인상 그 후
기업마다 채용축소 영업손실..결국 권고사직도
하지만 올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점차 바뀌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에 들어서긴 했지만 엔데믹 상황으로 빠르게 인식 전환이 이뤄지면서 오프라인 수요가 급격히 증가해 비대면 서비스 중심의 IT업계가 점차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IT회사가 밀집해 있는 판교에서는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곳곳에서 나옵니다.
지난해 IT기업들은 개발직군을 중심으로 대규모 채용에 나서면서 연봉 줄인상에 들어갔습니다. 기업에 따라 한 번에 수천만원의 연봉 인상이 이뤄지기도 했는데요. 게임개발사인 크래프톤은 개발자 연봉을 2000만원씩 올렸고 엔씨소프트는 1300만원을 높였습니다.
사람인 조사 결과, 국내 기업들이 평균적으로 직전 사업연도 연봉의 5.6%를 올린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파격적인 인상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신입사원 초봉 6000만원, 수천수백만원의 사이닝 보너스와 인센티브, 억대 스톡옵션 등이 IT업계를 상징하는 키워드가 됐죠.
판교 분위기 역시 고조돼 수입차 딜러들이 밀려드는 주문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고 합니다.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남성 명품시계 매출은 2년 전보다 2배 넘게 증가했고, 명품 브랜드 중에서도 콧대 높기로 유명한 에르메스가 경기권 최초로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입점하기로 결정했을 정도니까요.
이 같은 상황은 전 세계가 마찬가지여서 글로벌 IT기업인 애플, 구글, 메타(구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도 인력 감축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테슬라와 넷플릭스는 정규직을 해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테크 업계를 다룬 기사에서 '파티는 끝났다'라고 표현했을 정도입니다.
회사가 위기를 감지하면 어떻게 될까요? 인사(人事)에 변화가 오기 시작합니다.
지난해 한번에 수백명씩 채용을 결정하던 IT업계 채용 훈풍은 올해 들어 바람조차 느끼기 힘들 정도로 잠잠합니다. 비대면 서비스 확산과 저금리 기조에 연쇄적으로 연봉 인상 결정한지 1년 만에 IT회사마다 인건비 걱정을 하게 됐습니다.
더 이상 사람을 뽑지 않는 수준만이 아닙니다. 코스닥에 상장된 게임개발사인 베스파는 이달 들어 대량 권고사직을 통보했습니다. 현재 베스파 직원 수는 100명이 넘는데 이 중 핵심 인력을 제외한 직원 90% 이상이 권고사직 처리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IT업계에 큰 충격을 줬습니다.
김진수 베스파 대표가 나서서 "투자 유치로 회생을 노렸는데 안타깝다"고 말해 대규모 권고사직이 불가피한 상황임을 전했습니다.
베스파의 지난해 매출은 약 454억원으로, 영업손실 44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1분기 감사 거절 의견을 받아 주식 거래마저 정지됐습니다.
이 같은 적자 상황에서도 베스파는 지난해 IT업계 임금 인상 열풍에 합류해 전 직원 연봉을 1200만원씩 올려줬습니다. 그 결과는 처참해서 지난해만 해도 300명이 넘었던 직원 수가 이제 10명 남짓으로 줄어 소규모로 게임 개발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IT업계는 타 분야보다 이직이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다 지난해 기대작으로 꼽힌 '타임디펜더스'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들이 앞다퉈 인재 영업 경쟁을 벌이자 이직을 막기 위해서라도 직원들에게 대기업급 연봉을 제안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게다가 올해 들어 금리 인상이 계속되면서 추가적인 투자 유치가 힘들고, 주식 거래 정지로 증권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방법도 막혔습니다. 베스파는 상장폐지만은 막아야 하기 때문에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인수합병(M&A)을 노리게 됐습니다.
마찬가지로 지난 1분기 적자전환한 컴투스도 같은 기간, 인건비가 62% 이상 증가했고 외주용역비는 1400% 급증했습니다. 이들 회사 모두 지난해 전 직원 대상 800만원의 일괄 연봉 인상을 단행한 곳입니다.
작년 인건비율이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기업 역시 IT회사입니다. 카카오의 지난해 인건비율은 24%를 넘었습니다. 카카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 성장에 그쳤는데 말입니다.
네이버는 올해 채용 규모를 30% 축소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대규모 채용을 했기 때문에 기존 채용 수준으로 돌아가는 거란 입장이지만, 구직자 입장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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