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옐런, 尹·정부·기업 잇단 만남..'경제 동맹' 강화(종합2보)
추경호와 외환시장 협력 확인..LG화학엔 "배터리 동맹"
(세종=뉴스1) 이철 기자,김혜지 기자,김성은 기자,유새슬 기자,김종윤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재정·금융 당국 수장들이 19일 연이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만나 한미 경제 협력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번 옐런 미 재무장관의 방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코로나19 재확산 속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뤄진 것으로 양국 간 협력방안이 정·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이 여전한 데다 대만해협을 둘러싸고 중국과 미국 간 긴장감마저 고조되고 있어, 옐런 재무장관이 이번 방한에서 어떤 메시지를 남길지 국내는 물론 주변국들의 이목이 쏠린다.
이날 양국은 현재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전략적 경제협력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외환시장 관련 협력 강화를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尹 "한미동맹, 산업·기술 안보 넘어 경제·금융 안보로"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옐런 장관을 만나 "한미 동맹이 정치·군사 안보와 산업·기술 안보를 넘어 경제·금융 안보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국제 공조를 통해 글로벌 에너지 가격 안정, 공급망 애로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양국이 공동의 목표 아래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안보 분야에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한미가 안보 동맹을 넘어 산업·기술 동맹으로 발전해나가는 길이라는 점에 옐런 장관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 시장 관련 논의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한미 정상회담의 합의 취지에 따라 경제 안보 동맹의 강화 측면에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다양한 방식의 실질적 협력 방안을 양국 당국 간 깊이 있게 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를 통해 한미 동맹이 정치·군사 안보, 산업·기술 안보를 넘어 경제·금융 안보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韓美 재정 당국 "외환시장 유동성 공급 등 인식 공유"
옐런 장관은 이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을 방문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최근 금융·외환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양국간 외환시장 관련 협력 강화를 재확인했다.
양국 장관은 대외요인에 의해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증가했으나, 외환건전성 제도 등에 힘입어 한국 내 외화유동성 상황은 과거 위기 때와 달리 여전히 양호하고 안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추 부총리는 "현재 외화 유동성은 안정적이지만, 글로벌 금융시장 유동성의 급변동이나 역내 경제 안보 위험 요인에 유의하면서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유사시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을 면밀히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두 장관은 외환시장에 관한 긴밀 협의를 지속하고, 외환 이슈에 대해 선제적으로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기재부는 또한 추 부총리와 옐런 장관이 "필요 시 유동성 공급 장치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실행할 여력이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직접 언급을 피하면서도, 시장을 달래기 위해 외환시장 불안 발생 시에는 빠르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서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가 주로 논의됐다.
옐런 장관은 지난 1일 통화에 이어 이번에도 가격 상한제 실시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한국이 적극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추 부총리는 가격 상한제 도입 취지에 공감하며, 동참 용의가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가격 상한제가 국제 유가, 소비자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설계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옐런 장관은 동참 의사에 사의를 표하며, 향후 구체적인 제도 설계에 한국도 적극 참여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창용 만나 비공개 회담…금융시장 상황 논의
이날 옐런 장관은 추 부총리를 만나기 전 한국은행에 들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면담했다.
옐런 장관은 "한국과 미국의 파트너십을 논의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방문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양국은 많은 가치를 공유하고 교집합이 많은 경제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이 총재와 옐런 장관은 약 30분에 걸친 비공개 회담을 진행했다. 회담에서는 최근 세계경제 및 금융시장 상황, 글로벌 정책 공조 등에 대해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양측이 최근 한·미 통화스와프와 관련한 이야기가 오갔는지도 관심거리다. 통화 정책은 미국 재무부의 업무가 아닌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역할이긴 하나, 최근 경제상황을 논의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韓 기업 찾아 '배터리 관심'…"파트너와 동맹"
옐런 장관은 이날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하고 양국의 배터리·반도체·에너지 등 공급망 동맹의 굳건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옐런 장관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만나 "배터리를 재활용하면 얼마나 더 사용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비공개 전시회에서도 옐런 장관은 배터리 안 양극재, 리튬 등에 대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옐런 장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양국 생산이 모두 악화됐고 공급 차질이 생기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 역시 공급망을 핵심 현안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주요 공급망 역할을 맡고 있다"며 "양국이 협력해 고통을 해결하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국내 투자 또는 생산 역량을 늘려도 파트너 도움 없이 핵심 부품이나 제품을 확보할 수 없다"며 "파트너와 동맹을 통해 공급망을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r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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