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유동성 공급 등 외환 협력..러 원유 가격상한제 동참키로(종합)

이승재 2022. 7. 1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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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서울에서 6년 만에 '한미 재무장관 회의' 열려
추경호·옐런, 통화스와프 재개 가능성 열어둬
추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 동참 용의 있어"
공급망·녹색전환·보건 등 전략적 경제 협력 강화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추경호(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재무장관회의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7.19.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한국과 미국의 경제수장이 양국 간 외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필요한 경우 한미 통화스와프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나왔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에 동참할 수 있다는 의사도 전달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19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미 재무장관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2016년 이후 6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된 것이다. 옐런 장관의 방한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처음이며, 추 부총리와의 공식적인 대면 회담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양측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선언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에 맞춰 경제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다양한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두 장관은 최근 우리나라의 외화 유동성 상황에 대해 과거 위기 시와 달리 양호하고 안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대외 요인에 의해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증가했으나 외환건전성 제도 등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외환시장에 관한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고, 관련 이슈에 적절히 협력하기로 했다. 또한 필요시 유동성 공급 장치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실행할 여력이 있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

이는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가능성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화스와프는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 양국이 통화를 맞바꿀 수 있도록 하는 협정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최초 계약 때 정한 환율로 재교환하게 된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기축통화인 달러를 빌릴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이 생기는 셈이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300억 달러 규모로 처음 체결된 바 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고자 2020년 협정을 맺었고 지난해 말 종료됐다.

최근 들어서는 미국이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잡기 위해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긴축 움직임을 보이면서 통화스와프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추 부총리는 "현재 한국의 외화 유동성은 안정적인 상황이지만 글로벌 금융시장 유동성의 급변동이나 역내 경제 안보 위험 요인에 유의하며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겠다"며 "유사시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을 면밀히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재무장관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7.19. photo@newsis.com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된 논의도 이어졌다.

옐런 장관은 러시아 원유 가격상한제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한국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미국을 포함한 원유 구매국들이 정해진 가격을 넘는 러시아산 원유를 사지 않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한 이득을 러시아가 얻지 못하게 막고 시장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추 부총리는 "한국도 가격상한제 도입 취지에 공감하고 동참할 용의가 있다"며 "가격상한제가 국제유가 및 소비자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옐런 장관은 동참 의사에 사의를 표하며 "구체적인 제도 설계에 한국도 적극 참여하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양국 장관은 한·미 간 전략적 경제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교란 및 불공정한 시장 왜곡 관행 등에 대해 철저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양국 간 더욱 긴밀한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추 부총리는 "최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국 경제가 탄탄한 기초 체력과 효과적인 정책을 바탕으로 소비와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규제·조세 부담 완화 등을 통해 기업 투자를 유도해 한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 회복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재무장관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7.19. photo@newsis.com

양국 장관은 기후 변화에 대응한 양국의 '녹색전환' 지원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추 부총리는 "한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기후변화 대응 재원 조성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며 "한국에 사무국을 둔 녹색기후기금(GCF)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요청한다"고 발언했다.

글로벌 보건 이슈와 관련된 언급도 있었다.

추 부총리는 "한국도 지난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발표한 것과 같이 팬데믹 대응 금융중개기금(FIF)에 3000만 달러를 기여할 계획"이라며 "관련 논의에서도 양국 협력이 강화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추 부총리는 모두발언에서도 양국 간 경제 협력이 확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경제안보동맹으로서 한-미 양국이 마주하고 있는 세계 경제 상황은 나날이 엄중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팬데믹 등에 따른 공급망 교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자재 가격 급등은 인플레 압력을 가중시키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통화 긴축은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 둔화 우려를 초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세계 경제 동향과 전망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글로벌 공급망 차질, 원자재 가격 상승, 여타 위험 요인에 대한 양국 간 공조 방안이 함께 내실 있게 논의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재무장관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7.19.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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