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기다릴만큼 기다렸다"..대우조선, 공권력 투입 임박
노조는 대화 거부..강대강 충돌 우려
[이데일리 최정훈 박태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 사태와 관련해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공권력 투입을 시사했다.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정부와 노동계 간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노동계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박근혜 정부이던 2013년 코레일 파업 당시가 마지막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경찰은 노조 집행부와 실무간부 28명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고, 2명을 구속했다. 윤 대통령은 “대우조선 하청노조 불법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어렵게 회복 중인 조선업과 또 우리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막대하고 지역사회, 그리고 시민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노사를 불문하고 산업현장에서 법치주의는 엄정하게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이날 정오께 헬기를 타고 경남 거제로 향했다. 이상민 장관은 공권력 투입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당연히 고려하고 있다”며 “다만 여러 가지 희생이나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라면서도 “그렇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 있는지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속노조는 당장 20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4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는 ‘7.23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희망버스’는 이번 주말인 23일 경남 거제로 향할 예정이다. ‘희망버스’가 파업 지지를 위해 대규모 인원을 싣고 현장으로 내려가는 것은 지난 2011년 한진중공업 사태 이후 11년만이다.
문제는 섣부른 공권력 투입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대우조선 하청노조 조합원 6명은 좁은 계단으로 연결된 10m가 넘는 구조물에 올라가서 농성 중이고, 유최안 부지회장은 화물창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의 철 구조물을 만들고는 그 안에 들어가 쇠창살로 입구를 용접한 채 ‘옥쇄 농성’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의 공권력 투입 시사를 두고 강한 논조로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비극’으로 귀결된 공권력 투입 사례와 연결지으며 노동계를 향한 윤 대통령의 강경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우상호 민주당비상대책위원장은 “파업을 벌이는 노동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하며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본 전형적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며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서민을 수호하는 정통 야당으로서 투쟁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종교계도 대화를 통한 원만한 해결을 정부에 촉구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와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등 3대 종단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부는 지금 즉시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중재해 문제해결에 발 벗고 나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종성 (jsyoon@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회수명령 ‘살균제 물티슈’ 임직원에 ‘할인 판매’한 LG생건
- “직접 에어컨 설치하러 간다” 도보행진 나선 쿠팡 노동자들
- "나 기억하지?"…고교생 64차례 찌른 20대男, 그날의 참사
- 故 이예람 중사 부대서 사망한 여군 유족 "민간에 포렌식"
- "관리 좀 해야겠다"…여중생 성추행한 '여교사', 항소심서 감형
- "尹대통령 지지율 한자릿수면 탄핵"...국힘 대변인 "나 아니다"
- 제주서 전복된 ‘7인 탑승’ 쏘나타… 게스트하우스 인연이었다
- 오은영 박사 "첫 건강검진서 대장암 발견…아들 생각에 목놓아 울어"
- '전 여친 살해' 조현진, 21장 반성문엔 '피해자 욕' 있었다
- "니들 소원대로" 자살 암시 결국 현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