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옐런 "필요 시 외화유동성 공급"..5월보다 가까워진 한미

김혜지 기자 2022. 7. 1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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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화스와프 직접 언급 대신 위기시 협력 확인
27일 미 기준금리 인상 앞서 시장 불안 완화 기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재무 장관 회의' 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22.7.19/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방한이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외화 유출 불안에 시달리는 우리 경제에 숨통을 틔울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한미 재무장관은 얼굴을 맞댄 자리에서 '통화스와프' 관련 언급을 직접 하진 않았지만, 필요하면 외화 유동성 공급을 포함한 협력에 나설 수 있음을 확인했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 선언문에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긴밀한 협의' 문구를 담은 것에서 한 발짝 나아간 논의라는 평가가 나온다.

옐런 장관은 19일 한국 땅을 밟은 뒤 윤석열 대통령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만났다. 옐런 장관은 바이든 정부 들어 처음으로 재무장관으로서 한국을 찾은 인사이며, 미 재무장관의 방한은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시장이 이번 방한에서 주목한 점은 과연 옐런 장관의 입에서 '통화스와프' 관련 언급이 나올지였다.

결론적으로 옐런은 이날 통화스와프를 일절 입에 담지 않았다. 다만 추 부총리와 개최한 한·미 재무장관 회의에서 양국은 "필요 시 유동성 공급 장치(liquidity facilities) 등 각종 다양한 협력 방안을 실행할 여력이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기재부가 밝혔다.

한미 재무장관 회의에서 개회사를 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2.7.19/뉴스1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에 대한 확정적 약속이나 언급을 피하면서도, 외환시장 불안 시엔 미국이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 한국의 외화 유동성 상황이 과거 위기 때와 다르게 안정적이고 미국도 통화스와프 체결에 따른 부담이 있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한 것이다.

통화스와프는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약속한 환율에 따라 일정 기간, 일정 규모 내에서 맞바꾸는 거래다. 주로 단기 자금 융통을 목적으로 체결하며, 통화교환협정이라고 불린다.

최근 통화스와프 체결 필요성은 여러 전문가만 아니라 집권 여당마저 동의하는 바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17일 고위 당정 협의에서 한미 통화스와프에 추진에 뜻을 모았다.

1300원대 고환율에 한미 간 금리역전이 눈앞에 가시화하면서 외화 유출에 대한 불안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계속되는 고환율에 6월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전달보다 94억3000만달러(약 12조2000억원) 줄어든 4382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올 2월 이후 넉 달 연속 감소세이면서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117억5000만달러) 이후 최대 낙폭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경우 급격한 외화 유출에 대응할 여지가 생기면서 금융·외환 변동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특히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은 달러 유출의 직접적 해소 방안이 되면서 환율 등을 방어하는 효과가 배가된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을 기억하는 여러 경제학자와 관료들이 통화스와프 체결 필요성을 거듭 주장하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옐런 미 재무장관을 접견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2.7.19/뉴스1

윤 대통령도 이날 옐런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외환시장 협력'을 당부했다. 그는 용산 집무실에서 옐런 장관의 예방을 받고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다양한 방식의 실질적 협력 방안을 한미 당국 간 깊이 있게 논의해달라"며 "이를 통해 한미 안보 동맹이 정치 군사 안보와 산업 기술 안보를 넘어 경제 금융 안보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논의는 지난 5월21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 선언문에서 진보한 결과로 해석된다. 당시 양국은 "질서있고 잘 작동하는 외환시장을 포함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금융 안정성을 증진하기 위해 양 정상은 외환시장 동향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갈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선언문에 명시했다.

미국과 다른 나라의 정상회담을 포함해 행정부 간 외환 협력을 천명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당시 정부는 이에 대해 "양국 정상 간 최초로 외환시장 관련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통화스와프는 미 재무부가 아니라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의결하는 사안이다. 이번에 진전된 논의가 통화스와프 재개 가능성과 확정적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위기 발생 시 미국의 협력 의사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시장 불안을 낮추는 효과가 기대된다. 오는 27일 연준이 FOMC 회의에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걸로 예측되면서 시장은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외화 유출 가능성을 우려 중이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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