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호 농촌진흥청장 "한국 곡물자급률 20% 불과.. 농촌 스마트혁명 나서야" [세계초대석]
우크라 전쟁 여파 식량안보 더 중요
0.8%인 밀 자급률, 7.9%로 높이고
분질미 재배 늘려 밀가루 수입 대체
기후변화 맞춰 아열대 작물 재배 시험
저탄소 농업기술·저메탄 사료 등 추진
AI·메타버스 등 첨단디지털 기술 활용
노지 정밀농업 시스템 등 개발해 대응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곡물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식량안보가 화두가 되는 시기에 농진청의 전략과 추진 방향은.
“식량주권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밀·콩의 자급률 향상,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밀과 콩의 자급률은 각각 0.8%, 30.4%인데, 이를 2027년까지 7.9%, 37.9%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밀의 경우 용도별 고품질 품종 개발과 보급, 이모작 작부체계 확대, 전문 생산단지 품질·생산성 향상 지원으로 농가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분질미를 활용한 쌀가루 산업 활성화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분질미는 가루 성질을 가진 쌀로, 밀과 비슷하다고 이해하면 된다. 가루 성질이 있기 때문에 일반 쌀처럼 불리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분질미 쌀가루를 활용해 이미 가공업체에서 카스텔라, 제빵 등 산업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정부는 2027년까지 4만2000㏊의 일반 쌀 재배지를 분질미 재배지로 전환해 20만t의 수입 밀가루 대체를 정책 목표로 하고 있다. 농진청은 분질미 원료곡 안정생산을 위한 현장 기술 지원단을 운영하면서, 재배 기술서를 보완해 생산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다.”
―기후변화가 농업의 위기 요인이 되고 있다.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은.
“우리 청은 온난화와 극한기상 등에 대응하기 위해 매년 물·생태환경 기후변화 실태조사는 물론 농업생태계 실재조사, 기후영향 평가 고도화 등 연구개발(R&D)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농장 단위 기상·재해 예측 정확도 향상 및 운영체계 개선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드론·위성 영상을 활용한 정책 및 영농의사 결정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기후변화로부터 안전한 농업·농촌 만들기에 노력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작물 재배 지도도 달라지고 있다. 신품종 및 재배기술 개발 현황은.
“농진청은 지난해 말 농식품부가 수립한 ‘2050 농식품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올해 초 ‘2050 탄소중립 실현 농업기술 개발과 현장보급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우선 온실가스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농축산 분야 국가 고유 배출·흡수 계수 38종을 개발했으며, 이를 2027년까지 60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저탄소 농업기술 개발, 질소비료 사용량 절감, 저메탄 사료 개발, 가축분뇨 에너지화 등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탄소중립 시범사업과 관련해 시·군센터 탄소중립 거점기관을 지난해 5곳에서 2025년 50개, 2030년 156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농업 확산을 위해 농진청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AI·메타버스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은 우리가 당면한 기후변화, 식량문제, 농촌소멸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앞당기기 위해 데이터와 AI 기술을 농업 분야에 활용하는 10대 핵심과제를 선정해 농업 분야 혁신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노지에서 키우는 작물별로 최적화한 물관리와 토양 양분상태에 따른 비료 사용법을 추천하는 ‘노지 정밀농업 시스템’, 농사를 지으면서 궁금한 점이나 애로사항을 바로 해결하는 ‘농업기술 안내 챗봇 서비스’ 등이 개발, 활용될 수 있다.”
―농가의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예비 청년 농업인과 영농 정착 및 독립 단계에 있는 청년 농업인을 위한 종합 정보제공 서비스인 ‘똑똑! 청년 농부’를 운영하고 있다. 서비스 개시 후 약 6개월간 지원사업 및 교육정보 등 5000여 건의 정보를 제공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여기에 청년 농업인의 안전한 영농 정착을 위한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할 계획이다. 로보틱처리자동화(RPA)를 활용해 전담인력이 청년 농업인을 직접 찾아가는 횟수도 더욱 늘릴 계획이다.”
―건강·환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치유농업이 떠오르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지자체 치매 예방 안심센터와 연계해 9개 치유농장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인지 건강 개선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실시한 뒤 시행한 인지검사에서 주관적 기억 감퇴 정도가 24%가량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또 치유농업은 청소년들의 불안감과 스트레스, 우울감 치료에도 큰 효과가 있어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치유농업법이 시행된 이후 국민 건강 증진과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제1차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있다.”
―유전자원 원산지를 인정하는 ‘나고야 의정서’ 발효로 자원 주권이 강화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농업 유전자원 관리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농진청에서는 다년간의 노력을 통해 많은 자원을 확보해 식물 유전자원은 27만여점으로, 미국·인도·중국·러시아에 이어 세계 5위 자원 보유국까지 올라갔다. 국제농업연구자문단 등 국제기구 및 국가별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해 해외 유전자원을 지속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또 보유한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종자회사, 대학, 지방자치단체 등에 속한 전문가와 함께 현장 평가회를 실시하고 유용한 육종 소재를 함께 발굴하고 있다.”
―올해가 개청 60주년이다. 특별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개청 60주년을 맞아 농업·농촌의 발전에 이바지해 온 농진청의 역할을 조명하고 미래 발전방안에 대한 국민 공감의 장으로 준비하기 위해 다채로운 개청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9월1일부터 농업기술박람회와 농업용 로봇 경진대회, 청년농 아이디어 대회 등이 열릴 예정이다. 국민의 삶과 함께해온 농진청이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하는 자리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
대담=이천종 경제부장, 정리=안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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