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중심 반도체학과 정원 확대' 발표에.. 지방대학 "엎친데 덮친격"
"지역인재 유출, 지방소멸 위기 고조" 반발
정부가 수도권 대학을 포함해 반도체 학과 정원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지역대학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학령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호소하던 중 이 같은 정부 방침에 지방대학 소멸 우려가 더 커진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선 수도권-비수도권 대학 간 양극화뿐 아니라 지역인재 유출, 기업 유치 난관 등 지역사회 위기로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지역균형발전 저해 등 갖은 후폭풍도 예상된다.
교육부는 19일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을 발표했다.
반도체 인력난을 해소하고 산업 성장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자 10년간 15만여 명의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 인력은 현재 17만 7000여 명에서 10년 후 30만 4000여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보다 12만 7000여 명 신규 인력 수요가 발생하지만 인력 공급 규모가 현 수준을 유지하면 인력난은 심화될 가능성이 커 정부가 반도체 인재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정부는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2027년까지 5700명 더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학제별로 대학 학부 2000명, 직업계고 1600명, 대학원 1102명, 전문대 1000명 등이다. 문제는 정부가 반도체 학과 신·증설 시 교원확보율만 충족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구분 없이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수도권 대학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인구집중 유발시설로 분류돼 정원 총량 규제를 받아 왔다. 비수도권 대학 입장에선 최소한의 지역인재 유출 방지책인 셈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 방침에 따라 학부 증원이 예상되는 2000명 중 상당수가 수도권 대학에 몰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7개 권역 지역대학총장협의회는 수도권 쏠림 현상 등을 우려하며 수도권 대학 반도체 학과 증원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해 왔다. 지난 8일 박순애 교육부장관과의 비공개 면담 자리에서도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완화 방침 철회를 촉구하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대전 지역대학 관계자는 "반도체 학과 신설이나 인력 증원에 대해선 산업적·국가경제적 측면에서 공감하지만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는 계속 유지하며 지역대학을 중심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이미 지역인재 유출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대학들에게 이 같은 정부 방침은 지역균형발전 기조 측면과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인수위원회 당시 국가균형발전을 언급하며 지역 균형적인 성장·발전을 얘기했던 것과 달리 이렇게 수도권 규제가 계속 완화되면 지방은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고 지역대학은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며 "근시안적이며 국가성장을 오히려 저해하는 정책은 피하고 확실한 의지를 갖고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수도권대학 쏠림 현상은 지역균형발전에 저해, 지역에서도 교육계는 물론 사회·경제·산업 전반에 대한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의 경우, 최근 이장우 대전시장이 나노·반도체산업을 핵심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혀 이같은 정부 방침과 향후 파장 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정부의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 방침은 지방대학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며 "지방대 위기는 기업 유치나 인재 매칭 등 지역사회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우려했다.
김재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조직팀장은 "반도체 학과를 증원한다고 하더라도 지역 인프라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균형발전 저해 정책은 지양하는 것은 물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큰 기조와 추세에 입각한 정책을 마련하고 기존의 교육정책을 훼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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