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은 6개월 김성태는 3개월..윤리위 징계 형평성 논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KT 채용 청탁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김성태 전 의원에게 징계를 내렸죠. 당원권 정지 3개월 처분을 의결한 건데요. 당내에서는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수사 중인 이준석 대표에게 6개월 처분을 내린 것에 비해 가볍다는 지적인데요.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김성태 : 물밀듯이 밀려오는 이 분노, 이 억울함은 저 스스로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제까지 살면서 그 누구에게도 부정한 청탁을 하지 않았다는 저 스스로의 결백에 의지해 지금까지 버티고 있습니다.]
김성태 전 의원, KT 채용 청탁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때의 모습입니다. 지난 2012년 김 전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었죠. 김 전 의원이 당시 KT에 딸의 채용을 청탁했다는 혐의였는데요. 국정감사 기간 이석채 당시 KT 회장의 증인 채택을 무마해주는 대가였습니다. 결국 김 전 의원은 뇌물수수 혐의로 지난 2019년 7월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김성태/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2019년 11월 1일) : 오늘 법정에서 당시 국정감사 증인 채택 논의를 위한 간사 간 협의에서, 협의 단계에서 이미 이석채 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 논의는 당시 주요 이슈에서 제외되어 있었고, 또 당시 민주당 간사실에서도 이석채 증인 채택에 대해서는 전혀 적극적이지 않았고, 또 채택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오늘 법정 증언에서 밝혀졌습니다.]
김 전 의원은 적극적으로 무혐의를 주장했는데요. 1·2심 재판부 판결이 엇갈렸습니다.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지만 2심에서는 실형이 나왔습니다.
[김성태/전 미래통합당 의원 (2020년 11월 20일) : 1심 판단에서도 검찰의 모든 공소 사실의 기본은 서유열 전 KT 사장의 진술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1심에서 허위 진술과 허위 법정 증언으로 채워진 그 서유열 증인의 진술을 2심 재판부가 인정했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2심 재판부의 이 판결 결정 내용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는 그런 상황입니다.]
김 전 의원은 상고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에서 직능총괄본부장을 맡기로 했었죠. 그러다 당 안팎에서 논란이 일면서 자진 사퇴했는데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인 만큼 대선 국면에서 역할을 해도 될 것이란 얕은 판단 때문이었던 듯합니다. 이후 지난 2월, 대법원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이 사안을 두고 전체 회의를 열었습니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이후 5개월만이었죠. 저녁에 열린 회의는 약 4시간 정도 진행됐는데요. 그 결과 김 전 의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3개월' 처분을 내리기로 했습니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는데요. 김 전 의원 외에도 징계 대상자는 한 명이 더 있었습니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된 염동열 전 의원입니다. 마찬가지로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의결했습니다.
[염동열/전 자유한국당 의원 (2019년 1월 30일) : 오로지 이것은 폐광 지역의 경제 활성과 폐광지 자녀들에 대한 취업 문제에 대한 것으로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거라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네 가지 건에 대해서 세 가지는 무죄가 났고, 한 가지만 업무 방해로 이렇게 판결을 내렸습니다만…]
당내에선 곧바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앞서 징계를 받은 이준석 대표와의 형평성을 말하는 건데요. 지난 8일 윤리위는 성 상납 의혹으로 수사가 진행 중인 이 대표에게 당원권 6개월의 징계를 내렸죠. 반면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은 김 전 의원과 염 전 의원에게는 더 낮은 수위의 징계를 내렸기 때문입니다.
[김용태/국민의힘 최고위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윤리위의 과연 기준이 또 이준석 대표를 향해서는 아직까지 사실관계가 다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혹만으로 또 6개월이라는 징계를 했다는 것이 글쎄 좀 기준이 애매모호한 것 같아서 당원과 국민들께서 납득하실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김용태 최고위원, 윤리위의 양형 기준에 문제를 삼았는데요. 상대적으로 이 대표의 처벌이 너무 무거웠다는 점을 지적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윤리위가 이 대표에 비해 두 사람에겐 너그러웠던 이유는 뭘까요? 바로 정상 참작입니다. 김 전 의원 외에 당시 인사를 청탁했거나 추천했던 다른 사람의 경우 검찰 기소가 없었던 점을 꼽았는데요. 1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것도 고려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김 전 의원이 그간 당에 바친 헌신과 기여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건 당내에서도 인정하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김용태/국민의힘 최고위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김성태 전 원내대표 같은 경우는 정말 저희 국민의힘에 굉장히 많은 헌신과 기여를 하신 분이거든요. 드루킹 특검도 이뤄내신 분이고 단식투쟁을 하면서 정말 그 당시에 야권이었죠, 야권에서 대여투쟁의 선봉에 서셨던 분인데…]
여기서 잠시 박 마커의 '슬기로운 과거탐구생활', 줄여서 '슬과생' 한 번 가보겠습니다. 3선 출신의 김 전 의원,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를 맡았었죠. 지난 2018년, 선명한 야당을 강조하며 강경한 대여 투쟁을 주도했습니다. 최다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을 상대로 '드루킹 댓글 추천 수 조작 사건'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었는데요.
[김성태/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2018년 4월 25일) : 김경수 의원과 드루킹은 이미 상당 기간 구체적으로 서로 긴밀하게 지시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회원들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댓글공작에 나서왔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해 4월 판문점 일대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었죠. 곧이어 지방선거 정국으로 넘어가면서 해당 주장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었는데요,. 그럼에도 김 전 의원은 굴하지 않았습니다. 그해 5월 3일, 국회 본관 앞에서 텐트를 치고 홀로 노숙 단식농성에 돌입한 겁니다. 농성장으로 피자와 치킨이 배달되는 등 온갖 조롱과 비난이 쏟아졌는데요. 심지어 한 남성에게 폭행까지 당했습니다.
이런 수모에도 김 전 의원은 버텼습니다. 결국 단식 농성 9일만에 민주당과 드루킹 특검 합의에 성공했는데요.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특검 쟁취의 성공 요인으로 '김 전 의원의 집념'을 꼽기도 했습니다.
[김성태/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2018년 5월 6일) : 어제 불의의 사고가 있었고, 측근당 민주당의 이제 판단이 남은 거죠. 저는 언제든지 협상에 응할 용의가 있는 것이고, 드루킹 특검만 수용되어지면 5월 국회는 국민들 기대에 그렇게 어긋난 국회가 되지 않을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김 전 의원, 이후에도 일관되게 대여 투쟁을 밀어붙였죠. 적절한 유머가 주 무기였는데요.
[김성태/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2018년 9월 5일) :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가져온 혼란으로 마이클 잭슨의 문워킹처럼 한국 경제가 미끄러지듯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
물론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연설 도중 원고에도 없는 과한 애드립으로 민주당의 반발을 사기도 했는데요.
사실 이런 애드립은 주체할 수 없는 끼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전 의원, 'MC성태'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자타공인 흥이 많은 사람이었죠.
자,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요. 결국 윤리위는 김 전 의원의 이런 활약상을 염두에 두고 징계 수위를 조정한 것 같은데요. 염 전 의원에 대해서는 "채용 청탁이 폐광지역 자녀들에 대한 취업지원의 성격이 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염동열/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2018년 4월 6일) : 강원과 우리 폐광지의 자녀들이 폐법(폐광지역법)에 따라서 우선 채용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노력을 해왔고, 또 그 청년들이 교육생 선발이라고 하는 제도를 통해서 잘될 수 있도록 노력해온 일이 있습니다.]
다만 징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는데요. 두 사람이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이미 당원 자격을 상실한 마당에 당원권 자격 정지는 하나 마나 한 일이란 겁니다. 공직선거법상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형을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않은 사람은 선거권이 없는데요. 정당법은 선거권이 없는 사람은 당원의 자격도 가질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죠. 홍준표 대구시장은 '부관참시'를 떠올린 모양입니다. "정치보복 수사의 희생양인 두 분을 사면을 해주는 것이 당 사람들의 도리임에도 불구하고, 시체에 칼질하는 잔인한 짓"이라고 윤리위의 결정을 비판했습니다.
자, 오늘은 김성태 전 의원 등의 징계를 둘러싼 국민의힘 내 부정적 여론을 살펴봤는데요. 당 윤리위로서도 양형 기준이 이현령비현령이란 비판은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영화 속 대사로 대신하겠습니다.
[영화 '연애의 온도' : 너 도대체 애가 왜 그래? 왜 그렇게 다 네 마음대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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