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의 '전 정부 십자포화'에 응답 없는 민심, 과녁 빗나갔나
윤석열 정부가 국정 운영의 핵심 어젠다를 두고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는 건 민생 안정, 미래 동력 확보 등 ‘민생 올 인(다 걸기)’이다. 정작 대통령실·여당·정부의 총력전이 도드라진 이슈는 탈북 어민 북송 사건 등 안보 이슈를 고리로 한 문재인 정부 털기다. 인사 실패 논란과 과거 이슈 등이 정국 중심에 서는 동안 국정수행 지지율은 하강 곡선을 그렸다.
윤 대통령은 1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과 미래 먹거리 확보에도 책임 있게 나서야 할 것”이라며 “민생과 나라 경제를 끝까지 책임진다는 각오로 임해 달라”고 말했다. “민생안정에 모든 역량을 결집”(지난 8일 첫 비상경제민생회의),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지난 6월2일 지방선거 소회) 등 민생을 핵심 어젠다로 삼아온 정부 기조의 연장선이다.
대·내외적 요인으로 경제 행보 성과가 더디게 나타나는 동안, 대통령실이 주도한 최대 정국 이슈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 어민 북송 사건 등이었다. 지난 한달 여 동안 민생을 내세우고, 전 정부 사정 정국 조성에 집중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지난달 대통령실이 문재인 정부 처분을 문제삼으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소송의 항소를 취하한 이후 ‘안보 사정’ 정국이 대통령실 중심으로 잰걸음을 보였다. 지난 6일 문재인 정부의 박지원, 서훈 전 국정원장이 각각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 어민 북송 사건으로 검찰에 고발됐다. 통일부는 3년여 만에 탈북 어민 북송 사건 관련 사진과 영상을 공개하고, 지난 17일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직접 나서 전 정부를 직격하는 등 총력전이 이어졌다.
전 정부를 겨냥하며 안보 이슈를 띄우는 행보는 이날도 계속됐다. 대통령실은 2017년 9월 이후 5년여 만에 북한인권국제협력 대사에 이신화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인권재단 출범도 적극 추진하겠다면서 “북한인권법 이행을 위한 핵심 기구인데 지난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고 전 정부를 겨냥했다.
집권 초반 사정 정국에는 통상 지지층 결집, 국정 동력 확보, 국면전환 효과 등이 뒤따른다. 이번에는 그 효과가 미미한 편이다. 지지층 결집은 보이지 않고 지지율 하락세만 이어진다. 대통령실의 ‘사적 채용’ 논란이 연쇄적으로 불거지면서 장관 후보자의 연속 낙마에 이어 인사 논란이 부각된 영향이 컸다. 권성동 국민의힘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까지 진화에 나섰지만 “높은 자리도 아니고 9급” 등 발언으로 역풍이 불었다. 경제·민생 메시지가 가려진 것으로도 분석된다.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성인 1003명을 조사해 15일 밝힌 결과(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윤 대통령 국정수행을 부정 평가한 이유로 ‘인사’(26%), ‘경험·자질 부족, 무능함’(11%)에 이어 ‘경제·민생 살피지 않음’(10%)이 꼽혔다. 정부가 ‘민생 올 인’ 행보를 강조해온 데 비쳐보면 핵심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셈이다. ‘전 정부와 마찰/전 정부 탓’(이상 3%)도 부정 평가의 이유에 들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정수행 부정평가가 높아진 원인에 대해 “원인은 언론이 잘 알지 않겠나”라며 “원인을 잘 알면 어느 정부나 다 잘 해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열심히 할 뿐”이라고 했다.
최근 발표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는 60%선을 넘었다. 리얼미터가 지난 11∼15일 전국 성인 25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전날 발표한 결과(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에선 부정평가가 63.3%를 기록했다. 같은 날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15~16일, 전국 성인 1000명) 조사도 유사하다. 부정 평가는 63.7%에 달했고 긍정 평가는 32%에 그쳤다. 조사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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