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통일부..文 정부 땐 '신상 보호' 이유로 북송 장면 비공개

정준기 2022. 7. 19. 18: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통일부가 문재인 정부 시절 국회로부터 '북한 어민 강제 북송'과 관련한 사진 자료 등의 제출을 요구받았지만 거부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지난 정부 때도 강제 북송 장면 공개 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한 게 맞느냐'는 질문에 "사건 이후 국회에서 요구가 들어왔던 것은 맞다"면서도 "당시엔 개인 신상 정보 등을 이유로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년 뒤 '미공개 근거 없다' 입장 바꿔 
'공개 기준 미비로 정쟁 자초' 지적도
통일부가 12일 공개한 2019년 11월 7일 북한 어민 판문점 강제 북송 당시 사진. 통일부 제공

통일부가 문재인 정부 시절 국회로부터 '북한 어민 강제 북송'과 관련한 사진 자료 등의 제출을 요구받았지만 거부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최근 당시 사진에 이어 영상까지 공개한 것과 180도 다른 판단이다. 정권에 따라 민감한 자료의 공개 기준이 오락가락하면서 정치적 논란을 키운 셈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지난 정부 때도 강제 북송 장면 공개 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한 게 맞느냐'는 질문에 "사건 이후 국회에서 요구가 들어왔던 것은 맞다"면서도 "당시엔 개인 신상 정보 등을 이유로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통일부는 2019년 11월 7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 어민 2명을 강제 북송하면서 기록용 사진 10장을 촬영했다. 이와 함께 현장 직원은 휴대폰으로 북송 장면을 영상에 담았다.

통일부는 여당인 국민의힘 요청에 따라 12일 사진 10장, 18일 영상 파일을 국회와 언론에 공개했다. 반면 3년 전에는 야당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요청에도 불구하고 사진 자료에 대해 비공개 입장을 고수했다.

이 당국자는 판단이 달라진 이유를 묻자 "당시에 왜 그렇게 답변했는지에 대해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판문점 송환 사진 기록에 대해선 그간 요청이 있으면 제공했다"면서 "그런 전례에 비춰보면 당시 답변은 이례적인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고 덧붙였다.

통일부는 그간 국회·언론 요청에 따라 제출하거나 자체 홍보 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북한 주민들의 송환 장면을 공개해왔다. 통일부는 전날 강제 북송 영상을 공개하면서도 "비공개 대상이 아니었던 만큼, 국회 제출 요청에 따르지 않을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건을 과거 사례들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전에 사진·영상을 공개한 건 모두 북한 주민 본인 의사에 따른 인도주의적 차원의 북송이었다. 반면 2019년 강제 북송 사건은 전례 없이 범죄 혐의자를 강제로 돌려보낸 경우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북송 과정에 적용되는 관련법에 통일부의 자의적 해석이 작용할 여지가 많다는 점이다. 국회증언감정법상 '군사·외교·대북 관계의 국가기밀 중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통일부가 이런저런 이유를 대서 그렇다고 해석하면 사실상 공개를 강제하기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실제 판문점을 통한 북송 사진·영상 자료들은 기밀로 분류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정보보호법의 경우에도 대상이 북한 주민이라는 특수성 탓에 법을 직접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처럼 통일부 입맛대로 공개 여부가 뒤바뀌다 보니 한쪽에선 '이전 정부가 강제 북송 증거를 감췄다'고 공격하고 다른 쪽에선 '현 정부가 여론몰이를 한다'고 반박하는 정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이번 강제 북송 논란이 단발성으로 그칠 게 아니라 구멍이 많은 대북 분야의 법·제도를 검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