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타고 현장간 장관, 노조는 농성 고수..강대강 대치

박인혜,김정석,최승균 2022. 7. 1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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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안 "공권력 투입 고려"
불법 공장 점거에 강경 대응
9년만에 강제진압 가능성 커져
이정식 고용장관은 막판 설득
물리적 충돌땐 사고위험 크고
노동계 하투 본격 불지필수도
20일 금속노조 총파업 예고

◆ 일촉즉발 대우조선 사태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9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를 방문해 `옥쇄 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최안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하도급업체 노동자들의 장기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공권력 투입을 강력히 시사하면서 '강(强) 대 강(强)' 대결로 치닫고 있다. 하도급업체 노사가 지난 15일부터 5일째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노조가 요구한 임금 30% 인상에 부딪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거제 옥포조선소 현장에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맴돌기 시작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하도급 노조의 파업과 관련된 부분은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법치와 관련된 부분"이라면서도 "대통령이 이틀 연속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공권력 투입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이자 원칙론"이라고 설명했다. 관계 장관들도 일제히 거제도로 무대를 옮겨 압박과 설득에 나섰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이날 잇달아 거제 대우조선해양 파업 현장을 방문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파업 현장 방문에 앞서 거제 삼성중공업에서 경남경찰청장으로부터 현안 관련 브리핑을 받았다. 이어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가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거제조선소 1도크 내 집회 현장에 도착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상황이 시급하게 돌아가고 있다. 공권력 투입도 고려하고 있다"며 "다만 여러 가지 희생이나 예기치 않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어 최대한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민 장관은 점거농성을 벌인 노조 간부들과 잠시 얘기를 나눈 뒤 현장을 살펴보고 철수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선박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최안 하청지회 부지회장과 직접 대화에 나섰다. 이 장관은 "빨리 농성을 풀고 건강을 되찾으면 저희들이 평화적으로 타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 부지회장은 "정부가 먼저 답할 입장이다. 농성을 먼저 풀어라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맞섰다. 공권력 투입이 임박한 상황에서 노동계 출신인 이정식 장관이 마지막 설득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 후보자가 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살펴본 것을 두고 공권력 투입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찰은 유관기관 합동 안전대책회의를 열고 농성 현장의 안전성 등을 점검했다. 공권력 투입에 앞서 진압 시 동선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한 조치다. 수사인력도 대폭 강화했다. 경남경찰청은 거제경찰서 전담수사팀에 경남청 광역수사대 등 직접수사 인력 18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당초 거제경찰서는 지난 1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사용자 측의 고소장을 받고 하도급 노조 간부 2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에서 한 차례 반려돼 보완 중이다. 경찰은 22일까지 이들 간부에게 4번째 자진 출두를 요청한 상태다. 정부의 엄정 대응 지침을 받은 만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연행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대규모 공권력 투입은 2013년 코레일 파업 때가 마지막이었다. 당시 박근혜정부는 노조 집행부 등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고,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까지 진입했다.

다만 실제 공권력 투입에는 경찰도 신중을 기할 것이란 전망이다.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하도급 노조 조합원 6명은 좁은 계단으로 연결된 10m가 넘는 구조물에 올라가서 농성 중이고, 유 부지회장은 화물창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의 철 구조물에 들어가 쇠창살로 입구를 용접한 채 '옥쇄 농성'을 벌이고 있다. 공권력 투입 시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상급 노조도 공권력 투입 가능성에 반발하고 있어 이번 사태가 본격적인 노동계 '하투(夏鬪)'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이날 오전 창원시 봉곡동 국민의힘 도당 앞에서 대국민 담화를 규탄하는 맞불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 금속노조는 20일부터 총파업을 예고했고, 경남지부는 대우조선해양 정문에서 영호남권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대우조선해양 하도급업체 노동조합의 파업을 지지하는 '희망버스'도 23일 거제로 집결한다. '희망버스'가 파업 지지를 위해 대규모 인원을 싣고 현장으로 내려가는 것은 2011년 한진중공업 사태 이후 11년 만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60여 개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희망버스'는 전국 각지에서 노조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태우고 거제에 모인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강경 발언을 계속 내놓는 것이 지지율 하락을 돌파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도 내놓았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2개월이 갓 넘은 현시점에서도 계속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된 원인은 인사 문제인데, 이를 민생 문제에서 우회 돌파하려는 의도가 읽힌다는 얘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노조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기업에 수천억 원대의 손실을 안겨주고, 가족들의 삶을 모두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공적자금이 투입돼 기사회생한 기업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박인혜 기자 / 김정석 기자 / 거제 = 최승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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