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투입 초읽기..전운 감도는 거제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대표 현장서 맞불시위
"그동안 버틴 세월 물거품 될라"
◆ 일촉즉발 대우조선 사태 ◆
"하도급 노동자의 빼앗긴 인생이 윤석열 대통령 두 달보다 훨씬 깁니다. 공권력이 투입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19일 오전 11시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1도크.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간부노조원들이 초대형 원유운반선 난간에서 "임금인상 쟁취"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다른 노조원 100여 명은 선박 입구에 양쪽으로 길게 늘어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른 모자를 쓰고 손에는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팻말을 일제히 들고 있었다. 노조원들의 시위 현장에는 마치 폭풍 전야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난달 2일부터 48일째 파업을 해오고 있지만 윤 대통령이 이날 하청지회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공권력 투입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종전과 달리 팽팽한 분위기가 느껴진 것이다.
김형수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장은 "윤 대통령이 공권력 투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도대체 이 정부는 누굴 위한 정부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공권력이 투입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청지회가 선박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1도크는 작업을 멈춘 지 거의 한 달이 되어간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원유운반선 3척 중 1척은 70% 공정을 마쳐 도크 밖에서 진행할 외업(外業)만 남겨뒀는데 이 작업에도 수개월이 걸린다"며 "1척은 올해 11월 선주 측에 인도하기로 계약됐는데 날짜를 맞추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내 협력사 대표들도 하청지회 노조원들의 파업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협력사 대표 80여 명은 이날 노조원 파업 현장에서 조업 정상화와 파업 중단을 외치는 등 집회를 벌였다. 대우조선 한 협력사 대표는 "대우조선해양 사내 하도급 직원이 1만1000여 명이다. 그러나 실제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인원은 120여 명으로 1% 수준에 불과해 이들이 대표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제 겨우 불황이 끝나는가 했는데 노조파업으로 그동안 버텨온 세월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대우조선해양 협력사는 113곳으로 최근 들어 3곳이 문을 닫는 등 노조 파업으로 경영 위기를 겪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청지회의 장기 파업을 바라보는 지역 분위기도 사실 싸늘하다. 대우조선해양 정문을 비롯해 거제 시내 곳곳에는 거제상공회의소를 비롯해 대우조선해양 임직원 가족들이 하청지회에 파업 철회를 요청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특히 조선소 인근 상인들은 코로나19 이후 살아나고 있는 지역 상권이 다시 무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옥포시장의 한 상인은 "거제는 조선소가 잘 돌아가야 모두가 먹고사는 도시"라며 "이번 파업사태가 평화롭게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걱정했다.
[거제 = 최승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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