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리천장 박살낸 재닛 옐런 "한은 여직원들이 중앙銀 리더 되길 바란다"

이윤화 2022. 7. 1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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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美 재무부 장관, 30여명은 한은 여직원과 조우
美 재무부 장관으로 사상 첫 한은 여직원 간담회 참석해
여성 경제학자·정책입안자로 겪은 고충·경험 나누며 공감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경제학에 관심을 가지고 중앙은행에서 일하는 여직원들과 마주하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여러분이 이 조직의 지도자로 승진하기를 바란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사진=한은)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19일 한국은행 17층 대회의실에서 한은 여직원들과 함께한 간담회를 열고 건넨 첫마디다. 오랫동안 남성의 분야로만 여겨진 경제학 분야에서 여성으로서 ‘유리천장을 깨부순’ 옐런 장관. 그는 경제학자로 시작해 미국 행정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회 의장, 재무부 장관을 모두 역임한 독보적인 인물이다. 재무부 장관이 한은 여직원들만을 모아 간담회를 연 것은 사상 처음이다.

옐런 장관은 약 20분 동안 진행된 간담회에서 본인이 경제학자, 정책입안자, 어머니로서 겪은 일들과 본인의 가치관에 대해 전하면서 한은 직원들에게 용기를 북돋았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서 근무할 때 여성 직원들의 수를 조사한 결과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를 봤다”면서 “(연준 의장으로) 연준 내부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멘토링을 제공하는 등 이 문제에 대해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한 여전히 경제학 분야의 고위직 여성들이 적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한은 직원들이 느끼는 애로사항을 직접 듣는 시간도 가졌다. 옐런 장관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경제학 분야에서 여성 인재들이 늘고 있지만, 미국만 보더라도 아직 경제학을 전공하는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적다”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임을 알고 있어 여러분들이 느낀 장벽이 궁금하다”고 했다.

이날 모인 30여명의 여직원들은 감격스러움과 영광을 동시에 표하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첫 번째 질문자로 나선 한명진 한은 이코노미스트가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나갈 수 있던 원동력에 대해 묻자, 옐런 장관은 자신을 지지해준 배우자를 만난 것이 가장 컸다고 답했다. 옐런 장관의 남편은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 애커로프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경제학과 교수다.

그는 “연준 의장 제의를 받았을 때는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이었는데 남편과 아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돕겠다고 응원해줬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런 배우자와 결혼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일이었다”면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현저히 적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육아휴직 등 육아에 대한 지원을 많이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학자와 정책입안자로서 연구와 업무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옐런 장관은 연구주제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에 “학부생으로 경제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경기 불황기 대량 실업을 겪은 사람들을 보면서 일이 한 사람 정체성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된 경험에서 비롯됐다”면서 “대공황 이후의 경기 순환과 노동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고 주요 연구 주제였다. 지금은 실업보다는 인플레이션(물가의 지속적 상승)이 더 큰 문제”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중앙은행에서 근무하는 경제학자들과 정책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당면한 문제를 잘 이해하려고 노력할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면서 “미국이 겪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됐던 일본의 디플레이션과 제로(0) 금리 등을 연구하면서 실제로 비슷한 위기가 왔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좋은 연구가 됐다. 이처럼 정말 중요한 정책적 이슈가 무엇인지, 다른 나라들에서 일어나는 일은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옐런 장관의 간담회에 참석한 한은 직원들은 중앙은행에 근무하는 여직원으로서 큰 용기를 얻었단 소감을 밝혔다. 옐런 장관의 모습을 직접 그려 감사패를 만들고 전달한 김은선 대외교류팀 과장은 “어머니로서, 경제학자로서, 정책입안자로서 당신의 경력 경로를 남편 지지하에서 훌륭히 이행할 수 있었다고 했는데 그게 저한테는 큰 용기였다”면서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는데 엘런 장관을 보면서 앞으로도 저도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윤화 (akfdl3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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