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찬물에..열기 식는 세계 부동산시장
집값 상승률 2분기째 둔화
캐나다·뉴질랜드 집값
연초 고점 대비 8% 하락
긴축 속도에 영향 미칠수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금리 상승으로 주택 붐이 전 세계적으로 사그라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캐나다의 6월 평균 집값은 올해 초 고점 대비 약 8% 떨어졌고, 뉴질랜드의 지난달 집값도 작년 말보다 8% 하락했다. 스웨덴 5월 집값은 전달보다 1.6% 하락해 코로나19 팬데믹 이래 가장 큰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
영국 부동산 정보업체 나이트프랭크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올해 1분기 브라질, 칠레, 핀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등에서 전년 동기 대비 집값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나이트프랭크의 글로벌 주택가격지수는 올 1분기 10.2% 상승했는데,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상승률은 3.3%로 2분기 연속 둔화했다.
최근의 집값 하락세는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로 해석된다. 캐나다은행은 0.2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 3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지난주 2.5%까지 끌어올렸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주택 매매 건수는 급감했다. 지난달 캐나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주택 거래 건수는 1년 전보다 24% 감소했다. 토론토의 주택 평균 가격은 가장 높았던 지난 2월 대비 약 20% 밀렸다.
티프 매클럼 캐나다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주택시장 냉각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경제학자들은 캐나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약 5분의 1을 차지하는 주택시장이 얼어붙자 캐나다 경제 성장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5월 주택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높은 가격과 금리 부담에 기존 주택 매매 건수가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에서 변동금리 비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금리 인상의 영향을 먼저 체감하게 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호주는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85%가 변동금리형이다. 호주 시드니와 멜버른 집값은 지난달 기준 두 달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어로직에 따르면 지난 6월 두 도시의 주택 가격은 각각 1.6%, 1.1% 하락했다. 호주 중앙은행은 약 3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BIS는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이 대부분 고정금리인 미국 등의 국가들은 고금리의 영향을 느끼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하락세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주택시장 침체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기 때보다 각국 은행과 대출자들의 재정건전성이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외로 주택시장의 충격파가 크다면 이는 중앙은행의 목표보다 더 큰 경기 위축을 야기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특히 중앙은행들이 물가를 잡기 위해 경기 침체도 감수하겠다는 결의를 보이면서 과도한 긴축에 따른 경기 충격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집값 하락은 주택 소유주의 소비 지출 둔화로 이어진다. 또 주택시장 위축으로 신규 주택 건설, 부동산 중개업 수익이 감소해 전반적인 경제 활동이 둔화할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경제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할 때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스웨덴이 취약해 보인다고 WSJ에 전했다.
중앙은행들이 주택시장 위축을 의식해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닐 시어링 런던캐피털 이코노믹스 수석경제학자는 "적당한 집값 하락은 인플레이션을 잡는 과정에서 치러야 할 대가로 용인될 수 있지만, 너무 심각한 하락은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전환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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