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음서제가 아들 사지로 몰았다" 공시생 유족의 애끓는 호소

신심범 기자 2022. 7. 19. 17:2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유족에게는 사과받을 아들이 없다. 현대판 음서제도인 공무원 채용 시스템을 개선하라."

아들 이모(당시 18세) 군이 부산시교육청 면접 제도의 부당함에 괴로워하다 세상을 떠난 지(국제신문 지난해 7월 28일 온라인 보도)도 어느덧 1년이 다 됐다.

시교육청의 미진한 대응에 더해 그간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단 10분의 면접만으로 당락을 결정짓는 채용 절차의 부당함이 이 군을 사지로 몰아갔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극단선택 공시생 유족 불합리한 면접제도 비판
부산시청 등서 피켓시위하며 시스템 개선 촉구

“유족에게는 사과받을 아들이 없다. 현대판 음서제도인 공무원 채용 시스템을 개선하라.”

부산시교육청 공시생의 유족이 19일 부산시청 후문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여주연 기자


아들 이모(당시 18세) 군이 부산시교육청 면접 제도의 부당함에 괴로워하다 세상을 떠난 지(국제신문 지난해 7월 28일 온라인 보도)도 어느덧 1년이 다 됐다. 유족은 이날도 블라인드 면접의 불합리성을 호소하며 피켓을 들었다. 유족은 지난해 8월 4일부터 부산시교육청·부산시청·영도우체국 등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면접관들이 근무하는 기관이다. 이날도 유족은 부산시청과 영도우체국 앞에서 자리를 지켰다. 그동안 시교육청 사무관 출신 면접관은 경찰 수사에서 비리 혐의가 포착돼 구속됐다. 영도우체국에서 일하는 면접관은 이름을 바꾸고 한 차례 장기 병가를 냈다.

이 군은 고등학교 내내 반장을 도맡았다. 발표력이나 리더십 측면에선 나무랄 구석이 없었다. 면접 준비를 위해 다녔던 학원에서도 ‘합격에 문제가 없겠다’며 칭찬 일색이었다고 한다. 필기시험 성적도 합격권인 3위 안에 들었다. 그런데도 자신보다 필기 점수가 낮은 지원자에게 밀려 탈락했다. 이 지원자가 면접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다는 게 이유였다. 지방공무원 임용령 규정상 평정 요소 5개 항목을 모두 ‘상’으로 평가받은 지원자는 우수 등급으로 분류돼 필기 점수와 무관하게 자동 합격한다. 이 군의 면접 결과는 ‘보통’이었다.

고인은 물론 가족들도 불합격 사실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왜 한 지원자는 ‘상’을 몰아받았는데 이 군은 그런 평가를 받지 못했는지 알고 싶었다. 시교육청에 여러 차례 문의했지만, ‘면접관 재량’이라는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다. 이 군이 직접 시교육청에 전화해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정을 알려 달라고도 했지만,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이 군은 불합격 사실을 알게 된 지난해 7월 26일 새벽부터 이튿날까지 두 차례 응급실을 찾아야 했다. “가슴이 답답하다, 쥐어짜는 듯하다”며 통증을 호소했다고 한다. 마음을 추스렸다가도 이내 억울함이 되살아나 고통받기를 반복했다.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 필기 점수를 잘 받더라도 지금과 같은 면접 제도가 유지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괴로워했다. 면접관이 특정 지원자를 밀어준다면 필기 점수와 같은 ‘노력’의 결과는 손쉽게 묻혀버리고 마는 지금의 채용 구조에 깊은 좌절감을 느낀 것이다. 결국 이 군은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족은 이 군이 공무원이 되지 못해 죽음을 택한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시교육청의 미진한 대응에 더해 그간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단 10분의 면접만으로 당락을 결정짓는 채용 절차의 부당함이 이 군을 사지로 몰아갔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군의 어머니는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아들의 목소리에 시교육청이 조금만 귀를 기울여 대응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며 “그간 쌓아온 능력이나 노력을 보지 않고 짧은 시간의 면접으로 당락을 가르는 건 부당하다. 왜 면접 성적이 나빴는지조차 알 수 없으니 억울한 심정이 더하다. 면접 제도를 지금이라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